낸드플래시 업계순위 영향 불가피
미국의 낸드플래시 업체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키옥시아(과거 도시바 플레시 메모리)와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합병 논의가 상당히 진척돼 있다며 성사될 경우 거래 금액이 200억달러(약 23조3천억원)를 웃돌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오래전부터 합병을 논의해왔으나 최근 몇 주 새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르면 9월 중순께 협상이 타결될 수도 있다고 관계자는 말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주식으로 거래 대금을 지불할 계획이며 합병 후 회사는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게클러가 맡을 것 같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WSJ은 다만 이날 기준 시장가치가 약 190억달러인 웨스턴디지털이 합병 거래를 성사시킬 것이란 보장은 없으며, 키옥시아는 당초 계획대로 기업공개(IPO)에 나서거나 다른 회사와의 합병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형도를 바꿔놓을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33.4%)-키옥시아(18.4%)-웨스턴디지털(14.2%)-SK하이닉스(12.2%)-마이크론(11.9%)-인텔(7.4%) 순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추진 중인 인텔 인수가 마무리되면 점유율은 19.6%로 뛰어오른다. 또 각각 2, 3위인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합병 시 합계 점유율 32.6%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그러나 합병이 최종 성사되려면 일본 정부가 승인해야 한다. 키옥시아는 일본 산업계에서 중요한 기업이고, 낸드플래시 같은 핵심 첨단기술의 소유권 이전 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미국 정부 역시 거래 성사에 역할을 하겠지만, 양사 합병은 반도체 생산 역량을 증대하고 대(對)중국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에도 부합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가장 큰 규제 걸림돌은 중국이 될 전망이다. 중국은 2018년 미국 통신용 칩 업체 퀄컴이 네덜란드의 NXP반도체를 440억달러에 인수하려던 거래를 사실상 무산시키는 등 반(反)독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WSJ은 지난 3월에도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키옥시아와의 합병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마이크론은 관심이 식었지만, 키옥시아는 웨스턴디지털과의 논의에 집중해왔다는 것이다.
웨스턴디지털은 키옥시아와 이미 지금도 제조와 연구개발(R&D)을 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인데 이 점이 웨스턴디지털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짚었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분하는 제품으로,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데이터를 계속 저장하는 속성 때문에 저장장치에 많이 쓰인다.
USB 드라이브, 메모리카드 등은 물론 스마트폰과 PC, 서버의 저장장치로도 쓰이면서 수요가 치솟고 있다.
(사진=키옥시아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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