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려대구로병원에서 해동 후 접종 권고 기한이 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140여명에게 접종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상반응을 느낀 일부 접종자들은 이날 새벽부터 응급실을 찾아 검사를 받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백신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재접종` 여부를 심의 중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6∼27일 고려대구로병원에서는 화이자 접종을 진행하면서 해동 후 접종권고 기간이 임박했거나 초과한 백신을 투여했다.
화이자 백신은 냉동 상태에서 보관하고 냉장고나 상온에서 해동해서 써야 한다. 미개봉 바이알(병)은 상온에서 최대 2시간까지만 보관해야 하고, 바이알을 열어 식염수에 희석했다면 6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폐기돼야 할 백신을 맞은 접종자는 140여명이며, 대부분은 1차 접종자였다.
고려대구로병원은 전날 늦은 밤 접종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해동 후 접종 권고기한이 임박했거나 약간 초과된 백신을 접종받으신 것으로 확인됐다"며 "안전성에 우려는 없지만 충분한 면역이 생기지 않을 우려가 있어 질병청 전문가 심의위원회에서 재접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로구 보건소는 "유효기간이 8월 20일 또는 26일인 백신을 8월 26일, 27일에 접종했다"며 "병원은 이 사실은 오늘(3일) 인지하고 오후 5시에 보건소로 유선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을 사용한 것이 아니고 해동 후 백신을 그대로 보관했다가 사용한 것이어서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접종자 A씨는 "백신 접종 후에 심장 두근거림과 근육통 증세로 내과 진료도 받았는데 접종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밤중에 문자로 통보받았다"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도 알려주지 않는 보건소와 병원의 무성한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접종자의 보호자인 B씨는 "`부스터샷`(예방효과 보강을 위한 추가 접종)에 대한 지침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3차 접종을 하게 생겼다"며 "안전이 보장되는지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려대구로병원은 이상반응이 있는 접종자는 응급실로 바로 갈 수 있도록 조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구로병원 관계자는 "백신 재접종 여부에 대한 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 지침에 따라서 후속 조치를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점검, 관리, 교육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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