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신용융자 금리...줄지 않는 '빚투'

최진욱 기자

입력 2021-09-12 06:59  

메리츠-교보증권, 일부 신용융자 금리 인하
신융융자잔고 25.5조...사상 두번째 수준
"결국 시차를 두고 금리 오를것"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상승세이지만, 증권사 신용융자 거래(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자금을 빌려주는 것) 이자는 대부분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일부 인하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증시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어 신용융자 금리가 언제 상승세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현재까지 신용융자 금리를 인상한 증권사가 없는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지난 1일자로 신용융자 금리를 부분 인하했다.
메리츠증권은 신용융자 사용기간 1∼7일 적용 금리는 기존 연 5.8%에서 연 5.7%로, 8∼15일 금리는 연 6.8%에서 6.7%로 각각 0.1%포인트(10bp) 낮췄다. 사용기간 16일 이상 금리는 기존과 같은 연 7.4∼8,7%다.
앞서 교보증권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던 시점인 지난달 23일 신용융자 사용기간 61∼90일 금리를 연 8.5%에서 8.4%로 0.1%포인트 내렸다. 나머지 기간 금리는 이전과 동일하다.
금리 인하에 대해 해당 증권사들은 조달 금리의 일부 변동을 기계적으로 반영한 미세 조정일 뿐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9월에 자금 조달이 안정화되면서 조달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더 많이 낮아져 이자율을 낮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교보증권 관계자도 "지난달 금리 산정 당시 기준인 5∼7월 평균 CD(양도성예금증서) 유통수익률이 소폭 하락한 것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수 증권사는 시중금리를 기본금리로 삼고 여기에 회사별 가산금리를 더해 신용융자 금리를 책정한다.
금투협의 증권사별 신용융자 금리 공시에 따르면 28개 국내 증권사 중 3분의 2 이상인 19곳이 신용융자 금리 설정 시 CD나 기업어음(CP) 금리를 기본금리로 하고 가산금리를 추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증권사가 시중금리가 오르내리더라도 이를 곧바로 반영하기보다는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신용융자 금리를 대체로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아직 인상한 곳이 없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신용융자 금리가 자주 바뀌면 고객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시중금리가 크게 변동하지 않는 한 신용융자 금리에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용융자 금리가 안정을 나타내면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빚투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현실화하지 않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신용융자 잔고 합계는 지난 9일 기준 25조5천751억원으로 집계돼 지난달 18일(25조6천112억원)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았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 이후 지금까지 1조1천209억원(4.58%) 증가한 가운데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11조7천1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중금리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여 결국 신용융자 금리 인상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장 많은 11개 증권사가 기본금리로 활용하는 CD 91일물 금리는 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연 0.96%로 기준금리 인상 이후 0.19%포인트(19bp) 상승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어 시차는 있지만 신용융자 금리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한 곳이 먼저 금리를 올리면 다른 곳들도 따라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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