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A to Z 조연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 기업을 나타내는 알파벳, 티커명부터 볼까요?
<기자>
네. 오늘 저희가 이야기 할 기업은 ASML입니다.
<앵커>
ASML하면 삼성, TSMC 등에게도 `슈퍼 을`이라 불린다는 회사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드는 반도체 장비 기업입니다. 장비 한대당 가격이 무려 2천억원에 달하는데, 이렇게 비싼 가격에도 물량이 없어서 못 파는, 압도적인 시장 독점율을 자랑하는 기업입니다.
ASML이 어느 기업에 먼저 장비를 공급하냐가 사실상 누가 차세대 반도체 시장 선두에 서느냐를 결정한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올해의 `글로벌 브랜드 톱 100`의 1위도 ASML이 애플을 제치고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이 ASML 네덜란드 본사를 직접 찾아가서 화제가 됐었죠. 4차산업의 핵심, 반도체 초미세공정이 꼭 있어야만 하는 장비를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한다 이 이야기군요. 다른 기업은 이 장비를 생산하지 않나요?
<기자>
네. 현재로서는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곳은 ASML이 유일합니다.
반도체 핵심 기술하면 일본이 꼽혀왔죠. 그런데 ASML과 비슷한 시기에 캐논과 니콘 이 두 회사가 EUV 개발에 착수했었는데요. 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고, 두 회사의 점유율이 합쳐 10%안팎 수준입니다. 또 인텔도 15년 넘게 EUV 개발에 도전했지만, 현재는 포기한 상태입니다. 인텔은 아예 ASML 차세대 EUV 노광장비를 선제 도입해 4년 내 2나노급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선포하기도 했죠.
그만큼 EUV 장비에 대한 기술력은 ASML이 독보적이며 다른 업체가 새롭게 쫓아오기 매우 어려운 수준입니다. 대체품이 없고 차세대 기술로 갈수록 그 격차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EUV가 정확하게 뭡니까?
<기자>
Extreme Ultra-violet의 약자인데요.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영역을 뛰어넘은 빛, 극자외선이란 뜻입니다.
5나노를 넘어서 이제는 3나노 반도체 양산 경쟁은 이미 많이 뉴스로 접하셨을 겁니다. 전기가 흘러다니는 회로 선폭이 좁을 수록 전력 효율도 좋고, 발열도 낮은 효과를 내죠. 이 미세한 회로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아주 정교하게, 패턴을 가늘게 그리는 광원/빛이 필요한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EUV 노광장비입니다.
물론 EUV 없이 반도체 생산이 불가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성능이 우수한, 품질 좋은 칩은 못 만들고, 생산비용도 높아지죠. 또 EUV만 이용한다고 해서 모두가 초정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소재 균일도, 소자/공정 기술 등에 따라 반도체 수율의 차이가 결정되는 어려운 기술이라, ASML의 EUV를 활용하는 곳도 TSMC와 삼성 정도가 가장 큰 고객군이었습니다.
<앵커>
초미세 반도체 경쟁뿐 아니라 최근의 반도체 쇼티지 사태의 결정적 수혜를 본 기업이겠군요.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급증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서버 반도체 등과 같이 굉장히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산업들이 계속 나타나면서 최첨단 반도체 니즈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거든요.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기업 설비투자(capex)가 전년비 13% 늘었는데, 이는 2007년 이후 최대폭이거든요. 이 중에서 반도체가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습니다. 이 수혜에 독점적 위치에 ASML이 있는거죠.
기술 우위에 더해 하나 더 ASML에 우호적인 환경이 바로 EUV 활용이 앞으로도 더 확대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앞서 생산제품의 70% 정도를 TSMC와 삼성이 차지했왔다고 했는데, EUV 장비 쟁탈전이 비메모리에서 메모리반도체로 심화되는 모습인데요. SK하이닉스와 미국 D램 제조업체 마이크론,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까지 메모리업계 1~4위 업체 모두가 EUV 적용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ASML이 한해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이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EUV 생산량은 지난해 31대, 올해 40여대 정도인데요. 이를 내년에는 55대, 23년 이후에는 60대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입니다.
여기에 2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하이(High)-NA EUV`를 개발해서 세대 교체가 이뤄질 예정인데, 이것이 2022년에서 25년 사이 가장 피크를 칠 것이란 전망입니다. 장비 성능이 개선될 수록 가격도 비싸지겠죠? 대당 가격도 35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앵커>
산업 내 독점성이 견고하다는 장점이 뚜렷해, ASML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할 것 같은데요. 월가의 분석은 어떻습니까?
<기자>
실적과 재무적인 숫자는 좋습니다. 최근 4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냈다는 것이 눈에 띄는데요. 다만 현재의 주가 수준은 절대 싼 기업은 아닙니다. PER이 56.35배, PBR이 20.14(7월말 기준)배입니다.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75% 넘게 올랐습니다. 하지만 조금 길게 차트를 살펴보면 긴 박스권이 이어졌죠. 20여년의 개발 과정 거쳐서 2017년에 양산체제를 갖췄는데요. 그때 부터 본격적으로 주가가 움직입니다. 2019년 초까지도 100달러 중반에서 200달러대 오가다가, 나노급 경쟁이 본격화되고 EUV 노광기가 기술 핵심에 서면서 둘도 없는 독보적인 회사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월가 증권사들의 리포트를 보면 `매수 추천`이 뚜렷해 보입니다. 하지만 목표가는 현재 주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수준이죠. 현재 주가에서 약 14~15% 높은 975~999달러 대입니다.
<앵커>
ASML과 함께 반도체 장비 글로벌 기업 중 주목해야 할 곳이 있을까요?
<기자>
올 2분기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 톱5의 실적을 보면 다들 호조세를 나타냈는데요. (차이가 있지만) 매출은 약 40%대, 영업이익은 크게 75% 넘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먼저 미국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의 웨이퍼 위 회로 불필요한 부분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식각, 웨이퍼 위에 물질을 균일하게 입히는 증착, 그리고 이온 주입까지 반도체 장비 라인업이 다양한 것이 장점인 기업이죠. 업계 1위로, 반도체 말고도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도 강자입니다.
미국의 램리서치는 식각 분야에 특화된 기업이고, 반도체 검사 장비가 메인인 미국의 KLA와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등이 글로벌 반도체 장비기업 톱5로 꼽힙니다. 도쿄일렉트론(TEL)은 증착장비가 주력인데, 미중 반도체 패권싸움의 수혜로 중국 매출이 크게 늘어나 시장이 주목한 바 있습니다.
<앵커>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죠. 뉴욕증시 A to Z, 조연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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