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가 부동산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는데요.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에서 가상 부동산 투자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전효성 기자의 리포트를 먼저 보시죠.
<기자>
국회의사당 위로 태극기를 비롯해 미국 성조기, 북한의 인공기가 표시돼 있습니다.
가상 부동산 시장에서 이 지역 땅을 구입한 사람의 국적입니다.
아직 소유자가 없는 한강변 토지도 보입니다.
지구의 모습을 그대로 본 딴 `어스2` 플랫폼에서는 이처럼 국가와 지역 구분 없이 땅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비록 가상의 땅이지만 향후 메타버스 기술이 적용된다면 미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거침없이 땅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브릿지: 제가 가상의 부동산 플랫폼에서 사들인 토지는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광장` 일원입니다. 약 3천평 규모의 토지를 240달러에 사들였는데 현재 시장가치는 890달러, 3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해당 서비스가 출범할 당시 전 세계의 땅은 픽셀(100㎡)당 0.01달러.
이후 투자자가 유입되며 가격이 치솟았고 현재 프랑스와 일본 땅은 약 8,600% 오른 8.6달러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100억원 넘는 가상의 땅을 사들였는데, 이같은 열기에 힘입어 대한민국 땅 시세는 픽셀당 36.3달러에 달합니다.
[이ㅇㅇ / 가상 부동산 투자자: 가상현실이라는 게 최근 엄청 큰 화두잖아요. 가상의 토지라도 나중에 충분히 수익이 나올 수 있으면 가치도 뛸 거라고 생각하고요…]
현재 어스2 운영업체는 3단계에 걸쳐 가상의 지구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입니다.
땅을 사고파는 1단계, 자원 채취가 가능한 2단계, 상업·창조활동이 가능한 3단계인데, 2단계 서비스 런칭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전문가들은 실감형 가상 현실인 `메타버스`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가 가상 부동산의 미래 가치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합니다.
[이장우 /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 시대적 흐름이 많이 그쪽(가상)으로 넘어가다 보니까,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가상 공간에서 활동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가상공간에 있는 것들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죠.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로 통합되면서 더욱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경제TV 전효성입니다.
<앵커>
취재기자와 함께 가상 부동산 시장에 대해 더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부동산부 전효성 기자 나와있습니다.
앞선 리포트에서 `어스2`라는 가상 부동산 플랫폼을 소개했습니다.
적지 않은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전해줬는데 과연 가상의 공간이 현실의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겁니까?
<기자>
가상 공간의 상품이 현실의 경제적 가치와 이어지는 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만질 수 없는 게임 아이템을 고가에 사고파는 건 꽤 오래 전부터 있어온 일이죠. 게임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한 이유기도 하지만, 이 아이템을 기반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려는 경제적 욕구가 있기 때문에 현실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입니다.
또 코로나 창궐 이후 가상의 아바타가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도 익숙해진 현상이죠. 이 역시 현실에서의 직장 생활이 가상 공간으로 넘어온 건데, 만약 가상의 회의실을 운영하는 업체가 돈을 받고 회의실을 빌려준다면 사실상 임대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 셈입니다.
<앵커>
아직까지는 단순히 지도에 나오는 땅을 사고 파는 수준에 그치는 거죠?
직접 땅에 가본다든지 개발을 한다든지 하는 활동을 할 수 없는데도, 경제적 가치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다 이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결국 가상의 공간에서 어떤 경제적 활동이 벌어지느냐, 어느 정도 수준의 창조적 활동이 가능하냐에 따라 가상 공간의 경제적 가치도 달라지게 될 겁니다.
어스2 플랫폼이 미래 가상 공간의 대표라고 확신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가상 공간에서의 경제적 활동이 늘어나는 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단순히 만질 수 없다고 해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이유인 거죠. 가상의 경험을 현실감있게 체감할 수 있는 AR·VR 기술의 발전도 이런 현상을 촉진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앵커>
오늘 소개한 어스2는 현재 어떤 수준의 서비스가 구현돼 있습니까? 개발진이 완성할 가상의 지구의 모습도 궁금한데요.
<기자>
현재 어스2에서는 땅을 사고파는 수준의 1단계 서비스만 가능합니다. 때문에 잘 알려진 관광지나 국가기관,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데요, 개발진은 자원과 광물 채취가 가능한 2단계 서비스를 조만간 공개할 방침입니다. 이렇게 되면 자원을 조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다양한 교역활동이 이뤄지면서 가상 공간에서의 경제적 활동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있는 건 어스2 개발진도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가능한 3단계에서 어떤 가상 지구의 모습이 구현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한다면 현실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개발진은 폭력성도 인간의 욕구 중 하나인 만큼 전쟁과 같은 요인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만약 이런 것까지 구현된다면 가상의 공간은 지금보다도 더 파괴적인, 디스토피아로 구현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앵커>
전 기자는 앞선 리포트에서 프랑스 파리의 땅을 샀다고 밝혔죠? 현재 수익은 어떻습니까?
<기자>
243달러를 들여서 프랑스 파리의 땅 3천평을 샀고, 남은 돈으로는 남극의 땅 100평을 샀습니다. 현재의 토지 가치는 총 899달러로 수익률은 300% 정도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가상화폐나 주식처럼 당장 돈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내가 가진 땅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하는 건데, 아직 주인이 없는 땅도 많다보니 기존의 땅을 판매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시장 가치에 비해 4분의 1, 5분의 1의 가치로 내놓는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런걸 보면 가상 부동산 투자로 수십배의 수익을 거뒀다, 앞으로도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제대로 된 자산가치를 평가받으려면 내가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시점에 돈으로 팔 수 있는 환금성이 필수적인데 아직 어스2 플랫폼에서의 환금성 요인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앵커>
가치는 올랐지만 쉽게 팔 수는 없다는 게 핵심인 것 같은데, 투자에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가상 세계가 화두에 오르고 그 안에서의 활동도 늘어가고 있지만 결국 현실을 대체하기는 불가능한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스2 플랫폼이 지금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를 넘어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한다면 어스2의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결국 가상 세계 플랫폼이 장기간 존속하고, 기획한 서비스를 모두 구현할 수 있을지가 핵심인데, 시스템 초기인 상황에서 너무 낙관적으로만 바라봐서는 곤란합니다. 아직 부담되는 수준의 가격은 아니지만 일확 천금을 노리고 목돈을 투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점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서진형 / 대한부동산학회장: 새로운 가상 도시의 건설, 가상 건축물을 공급하더라도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에는 상당히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제적인 가치는 개인적으로 보기에 없다고 판단하고…]
<앵커>
지금까지 부동산부 전효성 기자와 가상 부동산 플랫폼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