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회사 경영 방향을 점칠 수 있는 주주총회를 오너가의 뜻대로 이끌며 소비자와 주주들의 기대를 져버려서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에 회사를 매각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못을 박았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한앤코 측이 제시한 정관의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신규 선임의 건, 감사 선임의 건 등 3가지 안건을 부결·철회시켰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다음달 임시주총을 추가로 열어 경영 안정화를 논의한다고 밝혔지만 진정성을 의심 받는 상황이다.
한앤코가 낸 오너 일가의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만큼 남양유업과 한앤코 사이 법정 다툼이 불가피한 가운데, 홍원식 회장과 두 아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어 경영진 교체 선언은 말 뿐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육아휴직을 낸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오너리스크 해소는커녕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대로 훼손됐다. 소비자들은 이미 등을 돌렸고, 업계를 넘나드는 `손절`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유업계 2위 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기업 분석을 포기한 상태다. 지난 2018년 이후 남양유업에 대한 증권사 기업분석보고서(리포트)는 단 한 건도 출간되지 않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는 기업은 정상적인 기업"이라며 "남양유업의 경우 주가가 기업 펀더멘털이 아닌 경영권 매각 이슈 등으로 변동성이 큰 만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 귀띔했다.
유통가에서도 남양 제품을 밀어내고 있다.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양 제품 발주가 멈춘 편의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위주의 업계 특성상 고객이 찾지 않는 저회전 상품을 점주들이 발주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막을 수단은 없다"고 전했다.
남양유업과 같은 날 주총을 진행한 사조산업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소액주주들이 오너인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해임과 소액주주 대표의 이사회 입성을 요구했지만 좌절됐다.
사측과 소액주주 간 갈등은 사조산업의 비상장 계열사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의 합병 추진 시도에서 비롯됐다.
캐슬렉스제주는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가 지분 95%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이 때문에 합병할 경우 주 부사장은 이득을 보는 반면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다.
주 회장과 사측이 절반 이상인 56.56%의 지분을 보유한 만큼, 소액주주들은 주 회장 해임 안건보다는 감사 선임을 통한 오너 일가 견제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주 회장 측이 정관 변경 등의 수단으로 소액주주들의 입지를 좁혔다.
변경 정관에는 `감사위는 3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감사위원은 전원 사외이사로 한다`는 문구를 넣어 소액주주 측 기타비상무이사가 감사위원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뿐만 아니라 주식 대여와 계열사를 통한 지분 매입으로 주 회장 측 우호표를 늘렸다.
결국 감사위 구성 등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이 참석 지분의 74.66% 동의를 얻어 가결되며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코자 했던 안건은 폐기됐다. 다른 안건들도 자연히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사회 내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해주는 `3%룰`은 변경 즉시 시행된 정관에 따라 주총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측은 이번 소액주주들의 집단 행동을 계기로 주주가치 제고 등 변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분 쪼개기 등 꼼수를 부린 것도 모자라 투명 경영을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를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대주주의 지분 쪼개기, 차명 주식 등의 꼼수로 인해 `3%룰`의 폐해가 드러났다"며 "주주연대 조직을 더 단단히 해 오너 일가 견제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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