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부펀드 대표 방한 '촉각'
러시아에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가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3상 시험에서 높은 안전성과 효능을 보여줬다.
지난 달 30일 타스통신에 따르면 미하일 무라슈코 러시아 보건장관은 "이 날 스푸트니크V의 임상3상 시험이 끝났으며, 그 백신은 높은 안전성과 효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자인 가말레야 연구소측은 "현재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에 대한 권장 사항을 업데이트하고 테스트 결과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V는 지난해 8월 러시아에 등록돼 세계 최초로 등록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다.
스푸트니크V는 세계적인 의학 저널 랜싯에 효과가 91.6%로 게재됐으며 현재 70개국 이상에서 승인했다.
특히 델타변이에 대한 스푸트니크V 백신의 효과는 83% 이상이라고 알려져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가말레야 연구소 알렉산더 긴츠버그 소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델타 변이에 대한 스푸트니크V의 효과는 83%에서 94%에 이르는 반면 모더나와 화이자의 효과는 50% 미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이유로 이종 부스팅 접근법(백신 칵테일)을 기반으로 아데노바이러스 플랫폼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스푸트니크V 백신이 사용되지는 않지만 국내 컨소시엄 2곳이 완제품 생산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WHO 승인 `난항` · EMA도 추가 데이터 요구
이처럼 러시아는 스푸티니크V 백신에 대해 끊임없이 효과의 우수성을 주장하지만, 미국과 유럽, 국제기구에서는 여전히 불신의 장벽이 쌓여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러시아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에 대한 긴급사용승인 심사를 중단했다.
WHO가 제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스푸트니크 V`의 승인 절차를 중단한 것이다.
모스코 타임스(The Moscow Times), 유로뉴스(Euronews) 등의 외신은 WHO 북아메리카 지부인 범미주보건기구(PAHO) 자바스 바르보사 부대표(Dr. Jarbas Barbosa)가 기자회견에서 WHO가 심사를 중단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바르보사 부대표는 “지난 5월 러시아내 WHO 점검 과정에서 다수의 제조법 위반 사실이 드러나 러시아의 긴급 사용 승인 심사가 보류됐다”면서 “스푸트니크 V 백신 제조 공장 중 한 곳이 백신 생산 표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 WHO에 스푸트니크V 백신 승인 신청을 했으나 아직 긴급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스푸트니크V를 심사중인 유럽의약품청(EMA)도 긴급 사용 승인 심사를 하기 위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면서 추가 데이터를 요구했다.
EMA는 이와 관련, 러시아와 협의 중이며 백신의 승인 일정이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WHO 승인을 받지 못하면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및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통한 보급마저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EMA 승인을 못 받을 경우 유럽으로의 수출길 또한 힘들어진다.
당초 스푸트니크V는 9~10월쯤 WHO 승인을 기대했었다.
스푸트니크V 개발과 생산 등을 총괄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WHO 승인이 10월쯤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WHO의 긴급 사용 승인 심사 중단과 EMA의 추가데이터 요구가 있었지만 국내 위탁생산업체들의 수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스푸트니크V가 이미 70여 개국으로부터 개별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WHO와 EMA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스푸트니크V 백신의 주요 타깃은 개발도상국이다"라며 "WHO와 EMA의 결과보다 국내 컨소시엄 입장에서는 GMP 승인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스푸트니크 V 백신 수요는 충분하다"며 "아랍에미레이트(UAE)·벨라루스·산마리노 등의 실제 접종 결과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백신은 약 95%대의 높은 예방 효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연구원은 "또 9월 기준 스푸트니크V 백신이 승인된 국가는 70여개국, 인구 합계는 37억명에 달하는 만큼 수요는 문제없다"고 얘기했다.
■ 한국코러스 "GMP 인증만 기다리는중"…인증시 출하 가능
국내에서 스푸트니크V를 생산하는 컨소시엄은 크게 1) 한국코러스 컨소시엄과 2)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이다.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에는 한국코러스의 모회사 지엘라파를 포함해 제테마, 바이넥스, 보령바이오파마,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등이 참가하고 있다.
휴온스글로벌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는 휴온스글로벌을 포함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와 휴메딕스, 보란파마 등이 있다.
현재 한국코러스는 러시아연방 보건부의 최종 GMP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코러스는 이미 완제품 생산에 돌입했고, 1,000만명분의 원액 생산을 마친 상태다.
GMP인증이 떨어지면 바로 완제(DP) 작업을 거쳐 출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달 14일 황재간 지엘라파 회장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러시아 당국이 이달 말(9월)까지 우리가 만든 스푸트니크라이트 백신 수출을 승인할 것이라고 러시아국부펀드(RDIF)가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생산 공정을 검토하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백신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엘라파가 1억5,000만 도즈,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인 바이넥스, 보령바이오파마,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큐라티스, 제테마 등이 5억 도즈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아직 GMP 인증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 달 안으로는 승인이 나올 것으로 안다"며 "완제품 생산에 돌입했으니 인증이 완료되는 대로 이달 안으로 출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휴온스글로벌 시제품 생산 돌입…"연내 완제품 생산 전망"
휴온스글로벌은 지난 17일 스푸트니크V의 시생산과 공정 검증(밸리데이션) 과정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밸리데이션은 특정 공정이 설정된 규격과 품질 요소들을 만족하고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는지 보증, 검증하는 절차로 의약품 수탁 생산의 가장 마지막 단계로 진행된다.
시제품 생산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맡는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에서 원액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휴온스글로벌은 "러시아측 관계자가 시제품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 뒤, 본격적인 완제품 생산은 11~12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은 휴메딕스, 보란파마,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등이 월 1억 도즈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편 휴온스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스푸트니크V`의 효력 검증에 나선다.
이번 시험은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전세계 71개국에서 허가를 받은 스푸트니크V 백신을 활용해 전세계적으로 `우세종`이 된 델타변이에 대한 효력 검증을 직접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공동 연구팀은 러시아에서 발표한 변이주에 대한 우수한 예방효과가 실제 동물실험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지를 재확인할 예정이다.
스푸트니크V의 국내 허가권과 판권은 휴온스가 보유하고 있다.
■ RDIF 대표 방한은 언제?
당초 드미트리예프 RDIF(러시아국부펀드) 대표의 방한은 추석 연휴(9월20일~22일) 전후로 알려져 있었다.
업계에서는 RDIF 대표의 방한과 함께 GMP 인증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 RDIF 대표의 방한은 재논의중이다.
업계에서 RDIF 대표의 방한을 중요시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키릴 트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권력핵심 그룹)에 속하며, 독대가 가능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굵직한 사건마다 RDIF의 도움을 받았다.
RDIF가 러시아 정부의 비상금 성격을 지닌 돈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자 러시아 국부펀드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결국 RDIF 대표의 방한이 곧 GMP 인증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당초 추석 연휴 전후 방한이 예정돼 있었지만 현지 사정으로 인해 현재 재논의중"이라며 "하지만 언제든지 일정 조율이 되면 방한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드미트리예프 대표의 방한에는 한국코러스 외에 또다른 컨소시엄인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