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적용될 평가 잣대에 맞춰 새로운 전략을 짜기에 부심하고 있다. 대부분 선도기업들은 코로나 사태를 ‘대도약의 기회’로 삼고, 이를 위해 △도전적인 목표 설정 △신사업 조기 가시화 △가치 있는 제3의 섹터 등을 핵심 경영전략으로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기업이 생존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 경영이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지속 가능 경영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불이익을 가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경향을 수용해 새로운 경영표준을 정하고 속속 경영전략에 반영하고 있다.
각국의 산업정책에 있어서도 이런 환경에 맞춰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다. 한때 정보기술(IT) 산업에 주력했던 각국의 산업정책이 금융위기 이후에는 제조업을 재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같은 제조업이라도 고용창출 효과가 큰 수출업종을 중심으로 각종 지원을 통해 집중적으로 육성시키고 있다.
오랜만에 ‘르네상스’라는 용어가 붙을 정도로 각국이 제조업을 중시하는 데에는 거시정책 목표를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체감경기 개선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처럼 물가가 추세적으로 안정된 시대에 있어서 체감경기를 개선한다는 것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목적을 달성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지난 10년간 주력산업이었던 IT산업은 우선순위가 뒷전에 물러설 수밖에 없다. IT산업은 네트워크만 깔면 깔수록 생산성이 증가하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산업이 주도가 돼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일자리,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주력산업으로 떠오른 빅테크 기업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 이후 요즘 가장 뜨거운 신조어가 ‘테크래쉬(techlash)’다. 테크래쉬란 ‘기술(technology)’과 ‘반발(backlash)의 합성어로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 간에 힘 겨루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쌍방향 의미의 용어다.
주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6년 전 미국과의 경제패권을 겨냥한 ‘제조업 2025’을 추진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육성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왔던 중국이 2021년 3월에 열렸던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대회) 이후 바뀌었다. △해외상장 제한 △민간기업 빅데이터 공유 △반독점법 적용 확대 등을 통해 빅테크 기업을 이중삼중으로 옥죄고 있다.
미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연방거래위원회(FTC) 수장으로 ‘아마존 킬러’로 알려진 리나 칸을 임명한 이후 △경쟁사 킬러인수 규제 △핵심인력 빼내기 제한 △망 중립성 확보 △제품 수리권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날로 심해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의 독점행위를 규제해 자국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자체적으로 기업 권력이 국가 권력을 넘보는 빅테크 기업의 독점력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크다. 국민(중국의 경우 인민) 화합 차원에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횡재 효과(bonanza effect)’를 누린 빅테크의 이익을 ‘상흔 효과(scarring effect)’로 거리로 내몰리는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글로벌최저법인세율 15% 부과안에 주도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넘어 130개국이 합의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도 카카오 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인 불루에 고객을 몰아주고 정작 유료 회원은 뒷전에 내몰리는 등 배달 서비스, 골프장 이용 등에 테크래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테크래쉬가 갈수록 범세계적인 성격을 띰에 따라 디지털 뉴라운드 협상이 전개될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이다. 디지털 뉴라운드 협상은 디지털 경쟁정책 라운드(DCR·빅테크 독점 규제), 디지털 기술 라운드(DTR·헤킹과 랜섬웨어 차단), 디지털 노동 라운드(DBR·빈곤층 고용 차별 금지), 디지털 환경 라운드(DGR·무관세 모라토리움 방지) 등 이른바 ‘4DR’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이 전통적인 제조업을 중시할 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를 맞이 주력산업으로 떠오른 빅테크 산업 이후 새롭게 주력산업으로 떠오를 새로운 ‘알파 라이징 업종’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알파 라이징 업종’이란 현존하는 기업 이외라는 점에서 ‘알파’가, 위기 이후 적용될 새로운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이 붙은 용어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K자형 양극화 구조가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이드 섀플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명예교수와 앨빈 로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공색적 게임이론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섀플리-로스의 공생적 게임이론을 기업경영에 접목시키는 일환으로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새로운 사업모델로 BOP, 즉 빈곤층 대상 비즈니스를 주목하고 있다.
수익과 빈곤층 자립기반 조성을 동시에 목표로 하는 BOP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동반자 관계설정, 각종 기부 등을 통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과 함께 가는 제3의 길인 ’임팩트 경영‘에도 주력하고 있다. ‘임팩트, 즉 Empact’란 감정이입을 뜻하는 ‘Empathy`와 사회적 연대를 나타나는 `Pact`가 결합된 용어로 사회적 연대경영을 말한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유행하는 ‘Empact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가 대표적인 예다.
기업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전통적인 제조업과 알파 라이징 업종, 새플리-로스 공생업종 간에 ‘3대4대3’ 혹은 ‘4대4대2’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이 같은 경영원칙을 `삼각 황금률 경영(triangle golden rule management)`이라 부른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삼각 황금률 경영’에서 중시하는 업종들은 친인간적이고 친환경적이라는 면에서 공통적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돈을 가장 많이 벌고 있는 버핏은 이 점을 중시하고 있다. 시겔형 종목도 비슷하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이 같은 경영과 버핏의 신투자 기법은 국내 기업인과 투자자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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