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유명세도 치르고 있다.
각국의 학교에서 아이들이 드라마 속 설정대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놀이를 모방하다가 폭력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
미국 플로리다주 공립 학교인 `베이 디스트릭트`는 14일(현지시간) 학부모에게 보낸 중요 공지에서 "우리는 오징어 게임이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저학년 학생들이 최근 게임 앱과 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부모 몰래 콘텐츠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학교는 그러면서 "이 때문에 일부 아이가 학교에서 특정 장면을 따라 하려 하고 있다"면서 "놀이가 해로워 보이지 않아도 드라마 속 게임에서는 탈락자가 `제거`(죽음)되기에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실제로 아이들이 서로를 다치게 하려 했다"면서 "자녀들이 온라인에 접근하는 것을 살펴봐 주시고,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폭력적인 게임을 하지 않도록 지도해달라. 우리는 아무도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같은날 호주 초등학교에서도 경계령을 내렸다.
시드니에 있는 덜위치 힐 공립학교의 린다 위컴 교장은 학부모에게 편지를 보내 자녀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전했다.
그는 편지에서 "6∼7살 아이들이 성인등급(MA)인 오징어 게임 시리즈를 시청했다"며 "이 프로그램은 심각한 폭력과 유혈, 욕설 등을 묘사한 장면들을 담고 있어 초등학생 등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드라마 속 폭력적인 게임을 언급하며 "이를 포함한 프로그램 속 부적절한 내용은 아이들의 운동장 놀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넷플릭스 설정을 변경하고, 자녀들의 온라인 활동도 관찰해 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시드니에서는 최근까지 각 초등학교에서 원격수업을 시행했지만 앞으로 2주 동안 수만 명의 초등학생이 다시 등교할 예정이다.
퍼스시 한 초등학교도 13일 오징어 게임 속 폭력적 행위를 아이들이 모방하고 있다는 우려를 학부모들에게 공지했다.
유럽 학교에서는 한발 앞서 징계까지 예고한 상태다.
벨기에의 한 학교는 지난 7일 드라마에서 나온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비슷한 놀이인 `1, 2, 3, 태양(Soleil)`을 학생들이 탈락자를 때리는 놀이로 바꾸고 있다며 경계했다.
이 학교는 페이스북에 올린 공문에서 "오징어 게임은 폭력적인 장면들 때문에 18세 미만에게 금지된 시리즈"라면서 "다른 아이를 때리는 이 놀이를 계속하는 학생에게는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 북동부의 존 브램스턴 초등학교도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보고 운동장에서 서로 총싸움 놀이를 해 우려된다며 드라마 속 행동을 따라 하는 학생은 징계하겠다고 경고했다.
남미나 동남아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브라질 매체에 따르면 남부 파라나주 상 주제 두스 피냐이스시에 있는 `우 피케누 폴레가르` 학교는 지난 7일 학부모에게 보낸 통지문을 통해 10세 이하 어린이의 오징어 게임 시청 자제를 권고했다.
학교 측은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우리의 사회적 프로그램이나 가족과 삶의 가치, 학교 운영 철학과 맞지 않는다"라며 "우리 자녀를 더 나은 인간으로 키우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태국에서는 경찰청이 기자회견을 열어 "18세 이상 관람등급인 오징어 게임에 폭력 장면들이 등장한다"라며 청소년이 관람하지 않도록 부모가 주의 깊게 감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인권단체 앰네스티 현지 지부가 생명권과 근로권 등 8개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례를 교육하는 자료로 오징어 게임 장면을 활용해 외신에 보도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은 패자는 목숨을 잃고 승자만 456억원의 거액을 쥘 수 있는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을 묘사하는 드라마로, 넷플릭스 TV 시리즈 중 세계 1위를 달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로 국내에서도 18세 이상 관람가로 방영된다.
그러나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으로 보는 영상 스트리밍의 특성상 부모가 시청 제한 설정을 하지 않으면 미성년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