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KTB 자산운용사 사장은 1992년부터 25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시장에 절대 지지 않는 매니저`라는 별명이 붙었다. 직접 펀드를 운용한 2001년부터 10년간 누적 수익률 400%를 기록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미래에셋에서 `디스커버리펀드`를 운용하면서 2년간 200%가 넘는 수익을 얻었고, 글로벌 운용사인 피델리티에서 한국펀드 운용을 맡아 연간 30%의 수익률을 내면서 한국 지사장까지 올랐다. 2016년에는 KTB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해 36억원이던 순익을 5년만에 73억원까지 끌어올리는 등 매년 15%넘는 성장을 이뤄왔다.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한국증시의 향방과 `시장을 이기는`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쉬운장 끝났다" 직접투자 비중 20% 이내로‥EMP펀드 주목
김 사장은 앞으로의 한국 증시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처럼 투자자의 90%가 수익을 내는 `지극히 쉬운 장`은 10년에 한 번 오는 기회로 이제는 쉬운 장이 끝나고 보통의 주식시장인 순환매의 장, `어려운 장` 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올해까지 풍부한 유동성과 신규매수주체(개인)의 등장이 지수를 끌어 올렸지만 앞으로는 상당부문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개인들의 코스피 순매수를 살펴보면 단 4개 년도만 플러스였고, 최대 규모도 7조 원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2020년에는 개인들이 46조5천억 원을 사들였고 올해는 10월까지 75조6천억 원을 사들였다.
김 사장은 "내년에는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개인들의 순매수 규모가 상당부분 축소될 것"이라며 "특히 올해 신용으로 매수한 15조원은 증시를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이익 전망치가 감소하는 구간에서는 평균적으로 9개월간 하락 추세가 이어진다"며 "`주가는 기업 이익의 그림자`라는 측면에서 종합주가지수도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업의 2022년 이익 전망치 변화(어닝스리비전)를 보면 올해 8월까지 상승하다가 9월과 10월에는 완만한 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김 사장은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내년 3월까지는 방향성을 예단키 어렵다"며 "변동성이 큰 장이 최소한 2~3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으니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런장에서는 직접투자 비중을 20%이하로 축소하고 매니저가 운용하는 ETF나 펀드 등 간접투자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김사장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EMP펀드 투자가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EMP펀드는 포트폴리오에 ETF(상장지수펀드)를 담는 펀드로 ETF가 전세계 증시 뿐 아니라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운용전략에 따라 위험은 분산하면서 양호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기준 KTB글로벌EMP펀드는 연초대비 26%넘는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김 사장은 "EMP펀드는 수천가지 ETF를 하나의 종목처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펀드"라며 "전세계 주식과 채권, 부동산, 모기지 등의 비중을 조절하는 `종합선물세트`같은 상품이기 때문에 퇴직연금 등 장기 투자 상품으로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지금 진입시기 아냐"..6개월 후 판단
김 사장은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도 이익전망치가 하락하는 구간에 접어들면서 약 5개월간은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올해 초 60조 원에서 현재 56조 원으로 떨어졌고 48조 원을 예상하는 증권사도 있다.
따라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확정되는 내년 3월 이후 올해보다 내년도 이익이 좋을 것으로 확인되면 그 때 삼성전자에 대한 신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를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는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상황에서 매도하는 것보다 보유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신규 진입을 원하는 투자자의 경우에는 어닝스리비전(이익전망치 변화) 다운 구간의 평균 하락기간은 9개월인데 삼성전자의 이익전망치 하락은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진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 내년 주도업종으로 `배터리·K콘텐츠` 꼽아
25년간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김 사장은 `시장을 이기는 주도업종(위닝인더스트리)`을 찾는데 주력해 왔다.
김 사장은 "주도 업종을 잘 찾는다면 주도 업종 중 이익 꼴찌의 기업이라도 비 주도업종 1등 기업보다 수익률이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주도 업종에 대해서는 배터리와 K콘텐츠를 꼽았다.
김 사장은 "앞으로 화석연료 사용 자동차를 판매할 수 없게 된 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한국의 배터리 업체들을 쳐다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삼성SDI나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 배터리 완성체 업체들이 많이 주가가 올라온 만큼 밸류체인에 있는 회사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터리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음극제나 양극제, 전해질 등 공급체인에 들어가는 기업들은 기업의 이익이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K콘텐츠 기업도 앞으로 2~3년간 주도 업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사장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의 회장품 회사들의 주가가 50배 올랐다"며 "그 기저에는 화장품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한국 문화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만큼 오징어게임을 필두로한 한국의 콘텐츠 업체들도 위닝인더스트리(시장을 이기는 산업)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유틸리티·통신·은행`.."정부 규제 영향 받는 업종은 기피"
25년간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김 사장이 가장 싫어하는 업종은 정부 규제의 영향을 받는 업종이다.
해당업종으로 한전과 가스공사 등 유틸리티를 비롯해 통신과 은행주를 꼽았다.
김 사장은 "기업의 비용이 올라가면 제품 가격을 올려야하는데 정부의 규제로 지속적인 적자를 보고 있어도 매출이 늘지 못해 주가도 올라갈 수 없는 구조"라며 "통신주와 은행주도 같은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초과이익을 내면 M&A나 기술 개발 등에 추가 투자를 할 수 있어야 성장할 수 있지만 통신주의 경우 초과이익이 날 경우 보조금으로 빠져나가야 하고, 90%의 배당률을 기록하는 미국의 은행주와 달리 국내 은행주는 배당률을 30%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등 이익이 제한돼 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최근 플랫폼 기업의 규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 사장은 "통신주의 경우 이익구조가 단순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경우는 사업의 확장성이 무궁무진한데 정부의 규제가 시작됐다는 것은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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