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등으로 불안한 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약세장 진입`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증시 안팎에선 유동성이 회수되고 거품이 꺼지면 뒤늦게 증시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4일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안한 장세를 고려해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안전자산으로 갈아타기 등의 자산 배분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 약세장 진입 `경고`…유동성 긴축 국면·인플레이션 우려
각국은 코로나19 이후 대거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실시를 예고했다.
한편에선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미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다음 달에도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 부담에 따른 실적 등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비용이 걱정"이라며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고 있지만, 기업이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기본적인 추세 전망은 약세장으로 진입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기본 펀더멘털인 성장률이나 영업이익이 분기가 지나갈수록 계속 떨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사들도 올해 4분기 코스피 전망치를 속속 하향하고 있다.
지난 17일 연합뉴스가 국내 주요 증권사 5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삼성증권(3,000→2,900), KB증권(3,050→2,850) 등이 코스피 하단을 낮췄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수 관점에서 기대수익률은 낮다"며 "내년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시에서도 공급망 차질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에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개인, 주식 순매수 규모 `역대급`…약세장 때 어쩌나
증시가 약세로 본격적으로 전환하고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작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역대급 규모로 증시에 뛰어들었다.
개인이 작년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순매수한 규모는 47조5천억원어치로 집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선 지난 21일까지 72조7천억원을 순매수해 이미 작년 규모를 넘어섰다.
그러나 올해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수익률은 저조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 개인이 증시에 진입한 시점은 코스피 3,000 전후 시점이다.
지난 5일 코스피가 2,962.17로 마쳐 지난 3월 24일(2,996.35)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3,000선을 하회했으나, 이 기간 개인의 순매수액은 35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카카오 등 올해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대형주들의 주가는 횡보 또는 하락하고 있다.
특히 개인이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한 이른바 `빚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거래 잔고는 지난 21일 기준 23조7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사상 최대인 지난달 13일 25조7천억원보다 줄었으나, 작년 말(19조2천억원)보다 23% 늘어난 수준이다.
신용융자거래는 주가가 하락해 신용거래 담보금 유지 비율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된다.
따라서 매도금액이 신용융자 잔액에 못 미치면 이른바 `깡통 계좌`가 전락해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8월 신용거래 관련 일평균 반대매도 금액이 연중 최대치인 84억8천만원을 기록했다며 `빚투`에 유의하라고 경고했다.
더구나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개인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 "`버티면 된다`식 투자 고집 안 돼"…자산 배분·종목별 대응 추천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주식 매수를 늘리거나 유지하는 식의 투자 전략을 고수하기보다 자산 배분이나 종목별 대응에 나설 것을 조언했다.
정용택 리서치본부장은 "자산 배분 차원에서 주식 비중을 줄여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옮기는 걸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 내에서 움직인다면 베타(주가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낮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으로 옮겨 견디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개인의 `빚투`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윤지호 센터장은 "개인은 코스피 3,100 이상에서 가장 많이 진입했다"며 "대량 매입한 수출 제조 관련 주식은 공급과잉과 비용 문제의 직격탄을 받아 `버티면 된다`는 식의 투자 태도를 고집하면 결과는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기업의 비용 부담과 교역 둔화 등으로 장기 투자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빚으로 투자하는 방식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투자를 유지한다면 경기 민감 주를 피하고 고성장주로 갈아탈 것을 권했다.
문종진 연구원은 "에너지, 소재 등 경기민감 업종 투자는 개인이 대응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성장성 높은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압축 대응하는 게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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