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훨씬 센 규제 내용이 담긴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는데요.
정치경제부 전민정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 기자, 이번 가계부채 관리강화 방안을 통해 대출 기준이 담보·보증력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바뀌면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얼마나 줄어들지에 걱정이 적지 않을 텐데요.
당장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준비 중인 이들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겠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중·저소득층이나 청년 등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대출 한도 축소 폭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대출이 나가게 되면 소득이 적은 사람의 대출 여력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크게 줄기 때문입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대출 총액이 2억원이 넘는 경우 매년 빚을 갚는 데 연 소득의 40% 이상을 쓸 수 없게 되는데요. 즉 연 소득이 5천만원이라면 매년 2천만 원씩 갚을 수 있을 정도로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대출 한도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반토막이 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인데요.
한 시중은행에서 시물레이션 한 결과를 한번 보죠. 현재 DSR 1단계 규제에 따라 5천만원의 신용대출(금리 4.5%)이 있는 연소득 5천만원의 직장인이 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현재는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 금리 3.5%)을 신청하면 3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합니다.
지금은 6억원 초과 주택에 한해서만 차주별 DSR 40% 규제를 적용해 이 직장인의 사려는 주택에는 LTV 50%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2단계가 시행되는 내년 1월부터는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어 차주별 DSR 40%가 적용됨에 따라 1억6천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게 됩니다.
이전보다 한도가 1억4천만원 가량, 즉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되는 거죠.
<앵커>
2금융권 DSR 규제도 강화됐는데요. 카드론까지 규제 대상에 들어가면 얼마나 더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는건가요.
<기자>
현재 카드론의 만기는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2∼3년으로 운영되는데, 1년이 가장 많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어 영세자영업자와 중·저신용자의 `급전` 조달 통로로 주로 활용되는데요.
이 때문에 카드론을 DSR에 반영하면 영세자영업자와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융통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카드론은 만기가 짧아 DSR에 미치는 영향도 강력합니다. 이 때문에 카드론으로 몇천만원을 빌리게 되면 다른 대출이 아예 막힐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봉 5천만원 직장인이 주담대 1억8천만원과 함께 카드론으로 2천만원(만기 1년, 금리 13%)을 빌린 상태라면, DSR 40%가 적용되는 은행에서는 추가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2금융권을 이용하는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을 텐데요.
<기자>
금융당국이 2금융권에도 예외없이 `버는 만큼 대출을 받아라`라는 원칙을 적용하면서 은행 대출이 어려운 취약계층과 저소득자, 자영업자들이 돈을 빌릴 곳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2금융권에는 현재 40%인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완화된 DSR 규제를 적용했고, 정책서민금융상품과 중금리 대출을 늘려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제도권 금융회사 전체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결국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는 대출 난민이 속출할 수 밖에 없겠죠.
업계에서는 DSR에 반영되지 않는 300만원 이하로 대출 쪼개기가 일부 늘어날 수 있지만, 다중채무자 관리가 강화되면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더 질이 나쁜 현금서비스나 대부업 수요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앵커>
대출받은 사람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금융회사들에게도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는데요.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최근 대출중단 사태가 속출했었죠. 금융당국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회사들이 연간으로 내던 가계부채 관리계획을 분기별로 만들어 분배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는 당장 내년 1분기부터 은행들이 타이트한 대출관리에 들어간다는 얘기가 됩니다. 보통 연말로 갈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 대출이 중단되기도 했는데 이제 매분기 이러한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거죠.
이럴 경우 은행 지점에 대출 공급분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이 시기에 맞춰 대출을 신청하는 `선착순 대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 분기 초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부터 대출을 받는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은행권 관계자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은행권 관계자 : 대출한도관리를 은행들이 지점별로 또 본점차원에서 하는 것도 있으니깐 그런 관리를 상시적으로 하는 거죠. 연간 목표치를 제출하고 분기별로 한도를 배정하면 분기별 배정상황에 맞춰 1분기에 목표치에 다 찼으면 2분기에 하도록 유도하고…]
<앵커>
정부가 서민과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는데, 뭔가요.
<기자>
현재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장례식, 결혼식 등의 불가피한 자금 수요에 대해 일시적으로 연소득 한도가 넘더라도 대출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긴급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실수요에 대한 심사는 은행의 여신심사위원회 등이 하게됩니다.
또 이건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전세대출 규제에 대해선 DSR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올해 4분기 가계대출 총량관리 한도(증가율 6%대)에서도 제외하기로 했죠.
하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전세대출도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포함됩니다.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금융사들이 상시적으로 대출 한도관리에 들어가면 은행별로 사정은 다르겠지만 언제든 전세대출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기에 당국은 이러한 조치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전세자금대출 원금에 DSR을 적용하는 `플랜B` 카드를 쓰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정부가 여전히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폭증의 주범으로 꼽고 있는데다, 전세대출을 악용한 투기를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전세대출 규제는 언제든 내밀 수 있는 카드인 셈이죠.
<앵커>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6%`라는 목표에도 대출 중단 사태가 벌어져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는데요.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4~5%대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 대출 한파가 더 세지겠는데요.
<기자>
정부가 실수요자 보호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대출해준다`는 원칙은 고수하면서 `돈줄 옥죄기`에 따른 대출절벽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내년은 DSR 2단계 시행에 2금융권에 대한 규제가 깐깐해진데다, 말씀하신대로 가계대출 증가 목표율이 4%로 올해보다 낮기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은 최근의 대출 증가세는 집값과 전셋값 급등이 근본 요인인 만큼, 재정 혹은 부동산 정책이 보완되지 않는 `총량규제`로는 시장의 혼란과 실수요자 피해 등 부작용만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관련 인터뷰 들어보시죠 .
[김태기 /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 (대출 규제에 있어) 상환능력, 소득만 본다고 하면 양극화가 더 커질 것이라고 봅니다. 가계부채 문제는 대출만의 문제는 아니죠. 양도소득세를 낮춰주게 되면 집을 처분하는 사람들 많을 걸요. 가계부채 대부분이 부동산, 세제에 관련된 건데 손을 안대고 있으니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오늘 `금융의 날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관련해 "DSR 3단계까지 시행해도 규제의 영향을 받는 차주는 전체의 30%가 안된다며 서민·취약계층들이 대출을 이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는데요.
하지만 금리인상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된 `센 대출 규제`로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은 대출 절벽에 내몰릴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앵커>
전 기자, 잘 들었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