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아파트 주차장 월 임대료가 48만원에서 83만원으로 뛰게 됐어요. 이참에 돈을 빌려서라도 주차구역을 사야하나 싶어요. 주차구역 가격요? 205만 홍콩달러(약 3억850만원)에 나왔어요."
홍콩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타이쿠싱 지역의 한 교민은 30일 이렇게 토로했다.
최근 이 지역에서는 주차장이 큰 이슈로 떠올랐다.
스와이어그룹이 개발한 11개 단지, 총 1만3천세대 아파트 단지에서 최근 5번째 주차장(주차구역 여러개 있는 공간)을 매물로 내놓았기 때문이다.
스와이어그룹은 이 아파트 단지의 지하에 위치한 11개 주차장을 모두 임대로만 관리하고 있었는데, 최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차장을 하나둘씩 팔기 시작했다. 그만큼 임대 주차장이 줄어들게 되면서 임대료가 뛰게 됐다.
홍콩에서는 차를 소유하려면 주차구역을 사거나 임차해야한다.
땅이 좁아 용적률 높은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홍콩에서 주차구역은 세대수에 비해 턱없이 적다.
타이쿠싱의 아파트 단지도 1만3천세대가 살지만 주차구역은 4천개 미만이다.
그나마 이는 많은 편이다.
이달 중순 홍콩 정관오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구역이 한칸 당 220만∼246만 홍콩달러(약 3억3천만∼3억7천만원)에 거래된 게 화제를 모았다.
2년 전보다 가격이 23% 급등한 탓인데, 이 아파트 단지는 1천600세대가 살지만 주차구역은 263개뿐이다.
정관오는 홍콩 동부에 위치한 신도시로 홍콩섬보다 훨씬 저렴한 집값이 장점인데 주차구역 가격이 크게 올라 관심을 모은 것이다.
홍콩 부동산 개발업체 미드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주차구역 한칸의 평균가격이 214만 홍콩달러(약 3억2천200만원)였다. 그나마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후퇴 여파로 2019년의 230만 홍콩달러(약 3억4천600만원)보다 떨어진 수준이다.
주차구역 임대료는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로, 1천900~7천홍콩달러(약 28만~105만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주차구역을 사는 목적은 실수요도 있지만 투자를 위한 경우도 많다.
미드랜드 측은 "현재 금리가 매우 낮아 목돈은 없지만 부동산 시장에 발을 담그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주차구역은 매우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홍콩에서는 부동산 거래시 인지세를 내야하는데, 200만홍콩달러(약 3억원) 이하 주차구역은 인지세가 단돈 100홍콩달러(약 1만5천원)다. 정부가 비거주 부동산에 대한 인지세를 낮춘 덕분이다.
주택을 구매할 경우에는 수백만~수천만원, 혹은 그 이상의 인지세를 내야하고 2주택 취득시부터는 인지세가 더 비싸지는데 반해 주차구역은 아무리 많이 사도 인지세에 변동이 없다.
무엇보다 주택은 유지·보수 비용이 들지만 주차구역은 그럴 필요가 없다.
홍콩 이주컨설팅회사 REPS의 제이슨 대표는 "중국 본토 사람들이 투자 목적으로 홍콩 주차구역을 많이 사고 10개 이상씩 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구역 가격은 집값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오름세이고 일단 사면 관리를 위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며 "또 대부분의 경우 실수요자들은 주차구역 확보를 위해 대기를 걸어놓아야하기 때문에 주차구역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08~2020년 개인 차량 등록은 50% 증가했지만 주차구역은 10%만 늘었다.
SCMP는 "아파트 건설사들이 마진을 높이기 위해 주차구역 대신 집을 더 짓는 탓에 주차구역 공급은 신규 차량 등록 속도에 한참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날 5월 홍콩 최고 부촌인 피크 지역의 한 주차구역이 1천190만 홍콩달러(약 18억원)에 팔려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SCMP는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janga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