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출 규제 방안으로 주택시장의 매수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서울 등 규제지역내 시가 6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2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DSR이 앞당겨 적용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25일 조사 기준)는 100.9로 기준선인 `100`에 근접하며 7주 연속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뜻으로, 한동안 100을 크게 웃돌았던 매수심리가 최근 들어 계속 꺾이고 있다는 의미다.
인터넷상에 올라오는 매물 건수도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총 4만3천여건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0%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매매 시장이 위축된 것은 2030 세대의 `패닉바잉`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세금 규제로 발이 묶인 사이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에 놀란 무주택 젊은 층들이 그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집을 샀으나 집값 상승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 대출 규제 강화로 이들의 매수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지역 중개업소는 잇단 대출 규제 강화 조치로 매수 문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급한 집주인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싼 급매물도 내놓고 있지만, 거래 자체가 쉽지 않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최근 집값이 단기에 급등한 데 따른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대출까지 더 막는다고 하니 매수자들이 심리적으로 더 위축되는 것 같다"며 "간혹 사정이 급한 집주인이 호가보다 1천만∼2천만원씩 싼 매물을 내놔도 살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경기 광명시 철산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 사정으로 연말까지 매도해야 하는 급매물이 시세보다 8천만원 싸게 나왔는데 매수자들이 쉽게 달려들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잠실·대치·삼성·압구정·여의도·목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내 주민들은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실입주자만 매수할 수 있다 보니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도 집을 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과거에는 이 지역 중개업소마다 한 달에 한 건 정도 매매 거래를 했다면 올해 들어선 1년 내내 한 건 거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때문에 집이 안 팔려서 힘들어하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현지 중개업소와 전문가들은 당장 집값이 떨어지진 않겠지만, 시장의 관망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본격적인 집값 하락 여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주택시장을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는 변곡점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집값 급등 이후 거래량 감소 속에 집값 상승률이 둔화되는 소강상태 또는 숨고르기 국면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도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감소하는 등 공급측면에서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라며 "하락보다는 숨고르기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다음 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집값이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