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D-30…과제는 '업종 간 조율'

입력 2021-11-02 17:05   수정 2021-11-02 19:42

    맞춤형 치료·보험 등 서비스 가능해져
    은행 "수 년간 데이터 통째로 넘길 판"
    핀테크 "정보 부족해 정확한 추천 불가"
    "안정적 서비스 출발에 방점…쟁점 지속 협의"
    <앵커>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우리 삶이 어떻게 바뀔 수 있고, 시행에 앞서 남은 과제들은 없는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치경제부 배성재 기자 나왔습니다. 배 기자, 먼저 마이데이터에 대해 명확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한 마디로 `내 데이터를 내가 관리한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은 내 소비 내역, 이동 정보, 건강 정보 등을 정부 또는 아마존이나 네이버 같은 기업들이 가졌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이 정보를 내가 직접 확인하고,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전달하면, 맞춤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

    금융 데이터 서비스를 대규모 사업화하는 건 이번이 세계 최초입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예상되고, 또 무엇이 바뀌게 되는지 취재된 게 있습니까?

    <기자>

    지난 9월에 열린 마이데이터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공모전에서는 의료와 금융 개인 데이터를 결합한 `맞춤형 구강관리서비스`가 대상을 받았는데요.

    치아 진료 정보와 금융 결제 내역을 결합해서, 앞으로 예상되는 치료와 진료비, 병원까지도 추천해주는 겁니다.

    일부 사업자들이 준비 중인 사업 중에는 보험료 할인 서비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사들마다 운용 중인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통해 수집된 내 운행 이력을 보험사에 전달해서, 난 운전을 험하게 하지 않으니까 보험료를 더 저렴하게 책정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내 데이터를 내가 관리한다`라는 간단한 생각이지만, 이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생기는 셈입니다.

    <앵커>

    상당히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많은 듯합니다. 이 중에 실제로 이루어지는 것들은 어떤 게 있나요?

    <기자>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분야는 잘 알려진 대로 금융 부문입니다.

    지난해 신용정보법을 개정한 뒤로 은행과 카드사, 금융투자사부터 핀테크 기업들까지 약 40 곳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준비 중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김보미 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김보미 기자>

    다음 달 1일이면 과거 고액 자산가들만 받을 수 있었던 초맞춤형 자산관리를 누구든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먼저 나의 총자산 현황을 한 곳에서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펀드나 예적금, 보험, 주식 등 곳곳에 흩어져 있는 모든 금융사의 거래 정보를 한곳으로 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현금이나 금, 비상장증권과 같은 현물자산까지도 금융자산과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변기호 KB국민은행 마이데이터플랫폼단장: ‘마이금고’라는 서비스가 최초로 장착이 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현재가치, 시세 변화, 그리고 어떻게 관리하면 가치가 올라가는지에 대한 관리 방법들, 전문가들의 제언 등과 연동시켜서…]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과 같은 자산에 대해서는 언제, 얼마에 파는 것이 좋을지 예측해 주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또 나의 자산 목표를 설정하면 여기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도 준비 중입니다.

    은행권, AI 투자플랫폼 ‘핀트’ 등이 대표적인데 주식과 채권, 현금 등의 자산 비중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투자처까지 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 등에서는 부채와 신용등급 관리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여러 개로 흩어져 있는 대출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도록 상품을 추천해 주는가 하면, 신용등급을 조금이라도 더 올릴 수 있도록 관리해 주는 겁니다.

    이외에도 그날그날 내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캘린더 서비스, 나의 소비 성향에 맞는 카드추천 서비스 등 세분화된 이용자 맞춤 서비스들이 대기 중입니다.

    [윤근혁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단 팀장: 자동이체, 대출이자 빠져나가는 것, 카드결제대금 이런 건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고요. 이외에 자산의 변동이 있으면 변동을 알려 드린다든지 공모주 일정들을 같이 알려드릴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국내 마이데이터 서비스 이용대상은 약 4300만 여명.

    4차 산업시대의 석유라고도 불리는 데이터를 둘러싼 전쟁은 보다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앵커>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장밋빛 전망만을 보여주셨는데, 남은 과제는 없습니까?

    <기자>

    앞서 보셨다시피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서로 다른 업종 간의 결합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렇다 보니 업종 간에 어떤 정보를 주고받을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등에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대표적으로 금융권 마이데이터 사업만 해도, 은행들과 핀테크 업종 간에 정보 공개 수준과 시기를 놓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은행들은 "수년간 쌓아온 데이터를 다 넘겨줄 판"이라고 하고, 핀테크 업종들은 "정보 제공이 제한적"이라고 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거죠.

    이 밖에도 보험·카드업과 마이데이터 사업을 동시에 하는 업체가 과연 모든 업체의 상품을 공정하게 추천할 수 있느냐의 문제 등이 있습니다.

    이 다양한 분야의 적요 정보 공개를 둘러싸고 금융당국도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산업 간의 구체적인 조율이 필요하겠군요. 또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기자>

    당초 마이데이터는 8월 시행 예정이었지만 한차례 미뤄진 바 있습니다.

    업체마다 보안과 기술적인 준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섭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보안을 갖춰야 하는데요.

    업체마다 갖고 있는 기술적인 문제는 계속해서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신용정보법에 나오는 여러 가지 데이터와 관련되는 보안조치 중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대해서는 기존 신용정보회사에 비해서도 강화된 개인 정보와 수준을 요구하고 있어요. 데이터들이 집적이 되고, 다양한 데이터들이 하나의 사업자로 집중이 되는 문제기 때문에. 데이터 보호가 이 사업 성공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앵커>

    그렇군요. 이제 시범 서비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앞으로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은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미리 테스트도 하는 등 사전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많은 쟁점들이 있는데, 이미 한차례 미뤄진 만큼 더 이상 시행을 미루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시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시작하는 데 방점을 찍고, 이후에 제기되는 문제들을 논의·해결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7월 저희가 단독으로 보도했던 마이데이터 전담 조직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논의도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단독] 마이데이터 전담조직 신설..."통합 원스톱 지원", 7월 12일 보도)

    아직 쟁점이 많은 만큼, `무늬만 혁신`에 그치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앞서 살펴본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게 있습니까.

    <기자>
    지금 이용 중인 은행 또는 금융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인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12월 1일이 되면 사업자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오픈할 텐데요.

    개인신용 정보 전송에 동의하기만 누르시면 관련된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정치경제부 배성재 기자였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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