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증상을 보이는 만 3세 입양아를 병원 대신 친아들의 생일 여행에 데려갔다가 숨지게 한 부모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4일 광주지법 형사11부(정지선 부장판사) 판결에 따르면 조모씨는 4살 어린 남편과 함께 4명의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첫째와 둘째는 조씨 부부가 출산한 친아들이지만 셋째와 넷째는 생후 1개월도 안 된 갓난아이 때 입양한 아이들이었다.
2019년 4월 13일 만 3세였던 막내아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머리를 심하게 다쳐 고열과 발작 등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
그러자 부부는 인터넷을 통해 `아기 발작 시 응급처치 방법`이나 `뇌출혈 증상` 등을 검색해봤다.
막내의 증상이 응급처치가 필요한 뇌출혈이라는 것을 부부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부부는 다음날 막내를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수면제인 졸피뎀을 먹인 채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경남 진주에 예약한 호텔로 여행을 떠났다.
친아들인 첫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가족 여행이었다.
다만 발작하는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수면제를 먹였을 가능성도 남아있는 만큼 "여행을 위해 정신을 잃게 하려는 목적으로 수면제를 먹였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수면제를 먹은 막내는 호텔에 도착한 후에도 계속 의식을 찾지 못한 상태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이들 부부는 그런 막내를 온종일 내버려 둔 채 나머지 아이들과 호텔 및 주변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오후 8시 30분께 막내가 호흡이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알아챈 부부는 119에 신고했지만 결국 병원에서 숨졌다.
당초 수사기관에선 막내의 뇌출혈 증상이 조씨 부부의 학대로 생긴 것이라고 봤다.
조씨는 막내가 숨지기 1년 전인 2018년 2월부터 4월까지 11차례에 걸쳐 유독 입양한 두 아이에게만 신체적 폭행을 했다.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는데 카메라를 쳐다봤다는 등 사소한 이유로 고작 만 3살, 2살 아이들에게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입양한 아들들에 대한 폭행은 인정하면서도, 막내를 숨지게 한 머리 부상은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 등을 고려해 조씨에게 징역 5년, 조씨의 남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이들을 입양하면서 가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소명을 가지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양육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그러나 만 2살, 3살밖에 되지 않은 양아들들을 신체적으로 학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머리를 다쳐 매우 위중한 상태에 있던 막내아들이 신체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데 조씨 부부는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며 "결국 생명을 잃게 하는 결과를 초래해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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