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세그라드 그룹과 세일즈 외교
<앵커> 계속해서 이번 유럽 순방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대통령 순방을 동행했던 정원우 기자 나와있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이 공급망 관련 정상회의를 개최했다는 부분인데요.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공급망 관련 정상회의는 G20과는 별도로 열린 회의입니다. 현지에 도착해서야 일정에 포함되면서 기자들 역시 궁금해했던 부분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급망 회의다, 우리나라도 참석하는데 다른 참석국들은 알려줄 수 없다는게 사전에 공지된 내용이었었고요. 회의 개최 이후에 드러난 명단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4개 국가가 참여했고 중국이 빠져있었습니다.
<앵커> 중국을 제외하고 미국이 공급망 회의를 열었다라는 건데 지금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패권 경쟁과 무관치 않겠네요.
<기자>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대면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중국을 제외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습니다만 미중 공급망 패권 경쟁 속에서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맞습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너무 미국 쪽에 치우쳐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기자> 앞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미국에 44조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습니까. 미국과는 경제동맹이 공고하게 구축돼 있지만 중국과의 외교 공백을 메워야하는 부담이 이번에 더 커졌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경우 지난해부터 방한 얘기가 나왔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성사되지 못하고 있고요. 최근 요소수 부족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 사드 사태와 같은 중국의 무역 보복조치라고 우려하고 있기도 하지만 어찌됐건 중국과의 외교적으로 풀어내야할 문제도 산적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편으로, 미국과의 경제 동맹은 긍정적이지만 최근에 반도체 자료 제출 요구 등 과도한 요구를 봤을 때 한쪽으로 치우친 경제 외교는 리스크도 있습니다. 이번 공급망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이 우리나라에 상당한 대우를 해줬지만 그만큼 부담도 커지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유럽순방에서 비세그라드 그룹과의 경제 외교가 활발했는데, 이렇게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자> 최근 코로나19 이후 문 대통령이 양자회담을 하는 것을 보면 주로 유럽 국가들에 많이 치우쳐있습니다. 이번 순방에서도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 비세그라드 그룹 4개국과 경제 외교가 활발했는데 유럽으로 공급망을 확대하는 측면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비세그라드 4개국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 기업 650여개가 진출해 있는 곳입니다. 특히 이번에 미래 공급망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 협력 논의가 컸는데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폴란드), SK이노베이션(헝가리), 삼성SDI(헝가리) 등 모두 이곳에 생산공장을 두고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외에도 IT와 화학, 금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하고 미국과 중국에 치우친 공급망을 다변화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비세그라드 경제 외교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앵커> 한편으로 이번 유럽 순방에서 한미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둘다 성사되지 못했군요.
<기자>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발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아직 정상들이 발표할 만큼의 조율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그래도 한미 외교장관의 협의가 있었고 북한도 대화 재개 쪽으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은 아직 열려있다, 속도의 문제라고 보는게 맞을 듯 합니다.
한일 정상회담 여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두고 관심이 모아졌었는데요. 일본이 의도적으로 대화를 피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신임 총리의 경우 총선을 치르고 COP26에 참석해야하는 시간상 제약이 있었고 문 대통령은 헝가리 국빈방문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동선이 겹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의지만 있다면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는 것이란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는 것이고요. 우리나라의 경우 항상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본의 태도 변화가 중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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