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 100개 접었는데…손에 쥔 돈은 '에계계' [월급이 모자라]

이지효 기자

입력 2021-11-19 16:56   수정 2021-11-19 16:56



    《`월급이 모자라`는 빠듯한 월급으로 소비를 포기해야 했던 직장인들에게 `돈 되는 부업`을 찾아드리는 이지효 기자의 체험기입니다.》

    "예전처럼 무기력한 생활을 하지 않아서 행복합니다." 경기도의 한 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작업장. `슥삭슥삭` 소리와 함께 쇼핑백을 접는 60대 A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능숙한 솜씨로 쇼핑백을 접어내는 A씨는 여간한 눈썰미로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활기가 넘쳤는데요. 그는 매일 아침 이곳으로 출근해 수십 개의 쇼핑백을 만듭니다.

    꼭 어르신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쇼핑백을 만드는 이 작업장에는 부업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든 `쇼핑백 접기`를 부업으로 할 수 있었는데요. 무심코 썼던 100원짜리 쇼핑백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저희 <월급이 모자라>가 선택한 부업은 `쇼핑백 접기`입니다.

    ● `쇼핑백 접기` 부업…머리 희끗한 노인도 한다

    `쇼핑백 접기` 부업은 부업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부업나라` 사이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었지만 하나의 조건이 있었습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실 분`이 필요하다는 것. 이번 부업은 쇼핑백을 접고 끈을 끼우는 등의 단순한 손 작업이었는데요. 재택으로도 가능하지만 일단 작업장에 가서 쇼핑백 접는 방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쇼핑백 접는 게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 저는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작업장으로 향했습니다.





    구인공고를 낸 곳은 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한 작업장이었습니다.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인 시니어클럽은 고령자가 은퇴 이후에도 양질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직업 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작업장을 찾아가자 머리가 희끗한 노인분들이 작업용 앞치마를 두르고 저를 반겨주셨습니다. 이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능숙한 솜씨로 쇼핑백을 만드셨죠.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만큼 이 작업장에서 나온 수익금의 일부는 노인복지기금으로도 사용된다고 합니다.

    ● 단순 손부업인데…"초보는 시간에 몇개 만들까?"

    "부업이지만 생각보다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한 어르신께서 제게 물건을 건네주며 한 말이었습니다. 쇼핑백을 접는 과정을 보기 전까지는 `이런 걸 배울 필요까지 있냐`는 심정이었죠. 일전에 비슷한 부업인 실감기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감기와 달리 쇼핑백을 접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한 번 배운다고 손에 익는 게 아니고 일종의 기술(?)이 필요했거든요. 종이에 그려진 점선에 맞게 일일이 테두리를 접어줘야 했고요. 뜨겁게 달군 글루건을 써서 쇼핑백 끈까지 달아야 하는 만큼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제게 주어진 할당량은 쇼핑백 100개. 단순하게 계산해서 100개를 하루 안에 한다고 하면 대략 시간당 4~5개 정도는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완성품을 만드는 것 조차 어려웠습니다. 3개 가운데 2개는 불량품이었죠. 하도 떡 주무르듯이 주물러서 종이가 다 쭈글쭈글해지기 일쑤였습니다. 단돈 100원을 주고 무심코 샀던 쇼핑백이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왜 이걸 사람이 하고 있나` 하는 푸념도 나올 정도로 힘들었죠. 하지만 익숙해지면 하루에 300~400개 정도는 거뜬하다고 하더군요.

    ● 쇼핑백 100개 접어서 7,000원 벌었다…시급은?

    코로나19로 인해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무 장소가 자유로워지면서 틈틈이 또 퇴근 후에 부업을 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번 쇼핑백 부업 역시 이른바 `멀티 플레이`로 가능한 부업이죠. 하지만 재료의 부피가 상당해 공간을 많이 차지했습니다. 다른 전통적인 손 부업에 비해 가지고 다니면서 일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죠. 이런 점에서 재택뿐만 아니라 작업장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었습니다. 필요한 재료가 제공되는 작업장에서 언제든 자신이 편한 시간에 와서 일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 참고기사: 실패 1,000개 감고 5만원 벌었다…AI시대의 가내수공업 [월급이 모자라]

    그렇다면 이번 부업에서는 얼마나 벌었을까. 끈이 없는 쇼핑백의 경우는 개당 50원, 끈이 있는 쇼핑백은 개당 70원 정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업체 별로 단가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시급이 아니라 개당으로 알바비를 지급하는 개념이라서 저는 이틀을 일하고 7,000원을 벌었습니다. 실감기 부업이 실타래에 실만 감고 개당 5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노동 강도에 비해 수입은 그리 높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노인들도 돕고 돈도 벌 수 있는 부업이다 보니 기분 좋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기계가 다하는 시대. 그간 사람이 했던 단순작업은 기계가 대신해주는 무인화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하지만 실감기, 쇼핑백 접기 같은 아직까지 단순 부업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21세기에 가내수공업의 감성을 느끼면서 돈도 벌고 싶은 분이라면 지금 도전해 보세요. 지금까지 이지효였습니다."

    ▶ <월급이 모자라> `쇼핑백 접기` 편의 자세한 내용은 21일 오후 6시에 유튜브에서 확인하세요. 클릭☞ https://youtu.be/7LNp14xC0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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