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내기로 잃은 당구채 경매 나온다

입력 2021-11-23 14:05  



`문학 거장`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술자리 내기로 잃었던 `당구채`가 사후 60년 만에 경매에 나온다.

23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헤밍웨이의 애장품이었던 이 당구채는 다음달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카타니아에서 경매에 오른다.

경매 최저 가격은 3만5천 유로(약 4천700만원)이며, `아르트 라 로사`라는 회사가 주관한다.

이 당구채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헤밍웨이는 당시 이탈리아 북부 마조레 호수 근처에서 지냈는데, 하루는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현지 약사인 아르날도 잠페레티를 만났다. 2차 대전 참전 용사로 엘 알라메인 전투 등에서 활약했던 잠페레티는 헤밍웨이와 밤을 새워가며 전쟁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가 됐다. 헤밍웨이는 육군 상사 출신으로 일생 몰두했던 주제 중 하나가 전쟁이었다.

그러다 둘이 다음날 열리는 미인대회 얘기를 하다가 즉석 내기가 시작됐다. 잠페레티의 누이가 미인대회인 `미스 이탈리아`에 출전하는데, 헤밍웨이는 그의 누이가 미인 대회에서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잠페레티는 자신의 누이가 아닌 모델 출신 참가자가 지연을 등에 업고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밍웨이는 내기에서 지는 사람이 술값을 계산하기로 하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접이식 당구채를 덤으로 내걸었다.

다음날 열린 미스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결국 모델 출신 참가자가 우승했고, 내기에 진 헤밍웨이는 당구채를 넘겨줬다.

그러면서 "내 젊은 친구 아르날도에게, 그의 아름다운 누이 오르넬라에게 경의를 표하며"라고 쓴 쪽지도 건넸다.

잠페레티는 죽는 날까지 헤밍웨이의 당구채를 보물로 여겼다고 그의 아들은 전했다.

그의 아들은 "두 사람은 쌓여가는 술잔과 전쟁 얘기, 당구 게임 속에 친구가 됐다"면서 "선친은 참전 용사였는데, 이 때문에 들려줄 얘기가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출신 소설가인 헤밍웨이는 1차 세계 대전 당시 적십자 요원으로 참가했다가 다쳤으며, 이 경험을 배경으로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1929)를 썼다. `노인과 바다`(1952)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며, 말년에는 비행기 추락으로 부상에 시달리다가 1961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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