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광 재연할 제로랩스(Zero Labs Automotive)의 브롱코 EV
매끄러운 곡선에 날렵한 LED 램프. 마치 미래에서 온 듯한 모습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기차의 모습이다.
지금은 수년 전에 비해 다양한 전기차가 출시되고 있어서 조금은 적응이 됐을 수 있지만, 시동을 걸었을 때 들리는 우주선 사운드처럼 전기차는 아직 대중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전기차는 꼭 미래지향적으로 생겨야 하는 것일까?`
최근 들어 이런 질문을 떠올리는 일이 자주 생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엔진이 없어서 구멍 뚫린 라디에이터 그릴이 없어도 된다. 공기 역학적인 요소를 고려해 구멍 뚫린 곳은 막아 없애고 매끄럽게 만든다. 그러면서 소위 `잘 달리는 차`를 의미했던 ‘인터쿨러’나 ‘트윈 머플러’ 등도 필요 없게 됐다. 한편으로는 아쉽다. 과거 내연기관차에 익숙했거나 그런 디자인을 선호했던 사람들에게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줄 전기차가 과연 있을까?’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올랐고, `레트로`가 그 대안이 돼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차들이 있을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 알파 모터(Alpha Motor) - 울프(Wolf)
지난 3월,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알파 모터는 작스(JAX)라는 전기 세단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순수 전기 픽업트럭, 울프(Wolf)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외관을 살펴보면 1980~1990년대에 주로 볼 수 있던 픽업트럭의 모습을 한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차량의 균형미와 내구성을 강조했다고 밝힌 알파 모터 측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넓은 카고 베드를 장착해 승차 정원 2인승의 스포츠 유틸리티 트럭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울프는 레트로 느낌의 클래식한 외관으로 과거 시대를 살았던 중장년층은 물론 새로운 것을 찾는 젊은 층의 마음까지 함께 공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범퍼 부분을 오프로드에 적합하도록 강조한 점이나 강인한 어깨를 자랑하는 듯한 도드라진 휠 하우스도 인상적이다. 모든 지형을 극복할 수 있는 타이어를 장착해 바위나 모래 진흙 지형도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알파 모터 측은 아직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울프가 다양한 주행 성능과 내구성 그리고 클린 파워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한다.
콘셉트 모델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적재공간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주행 중이거나 콘센트가 없더라도 충전이 가능하다. 견인 능력은 1,360kg. 4륜 구동과 전륜 구동의 두 가지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전기차의 뛰어난 응답성을 바탕으로 제로백은 6.2초라고 알파 모터 측은 덧붙였다.
또 한 번 충전으로 44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도록 85킬로와트시 리튬이온배터리가 장착될 예정이며, 배터리 제조사는 밝히지 않았다. 울프의 전장은 4,765mm이며, 전폭 1,930mm, 전고는 1,685mm, 길이 1,652mm, 폭 1,490mm, 깊이 397mm의 적재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성능을 높인 울프플러스와 더블캡 형태의 수퍼울프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를 계획하고 있어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적으로 북미 B2B나 B2C 시장을 중심으로 오는 2023년부터 출시될 예정이며,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제로랩스(Zero Labs Automotive) - 브롱코 EV / 디펜더110 EV
제로랩스 오토모티브라는 자동차 제작 업체는 캘리포니아 호손에 본사를 둔 클래식 EV를 개발하는 업체다. 제로랩스 오토모티브는 3세대 EV 플랫폼을 완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클래식 EV를 만드는 업체인 만큼 이 플랫폼에 1세대 브롱코나 초기 디펜더 110의 외관을 입혔다.
전기차의 플랫폼은 내연기관에 비해 단순하다. 이 위에 레트로 감성을 더할 클래식 차의 외관을 올린다는 것은 참신한 발상이다. 1세대 브롱코는 70년대 북미지역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SUV 가운데 하나다. 그런 만큼 이 차량에 대해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은 전기차로 재탄생한 브롱코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제로 랩스의 설립자이자 CEO인 아담 로는 “당사의 많은 고객은 이미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새로운 전기차는 `영혼`이 없고 운전자와 교감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세대 포드 브롱코와 랜드로버 등을 현대적 소재를 사용해 전기차로 개조하고, 항공우주용 탄소섬유 부품과 전기차 전용플랫폼 등을 적용하면서 완벽한 신·구조화를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아직 프로토타입 수준의 전기차이지만 다양한 테스트를 거치고 나면, 내년부터 출시가 예고된다. 클래식 전기차의 구체적인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작업이 많아 고가의 가격표가 붙었음에도 사전 예약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로 랩스는 SUV와 픽업트럭, 머슬카, 2도어 쿠페 등 4가지 주요 인기 차량을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적용해 재탄생시켜나갈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포드의 1세대 브롱코, 디펜더 110, 인터내셔널 스카우트, 도요타 FJ 시리즈, 포드 F100·F150 등이 전기차로 부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트로 감성의 클래식한 전기차가 보다 다양하게 출시돼서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빠르게 넘어가면서 아쉬움을 느꼈을 사람들에게 적절한 대안이 돼 주길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TV 증권부 송민화 기자
mhson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