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A to Z, 조연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조 기자, 오늘 이야기 나눌 기업은 어딜까요?
<기자>
티커명은 AVGO, 퀄컴과 함께 글로벌 양대 반도체 설계업체로 꼽히는 브로드컴입니다.
<앵커>
퀄컴은 익숙한데, 브로드컴은 티커명에서는 회사 이름을 전혀 유추할 수 없네요.
<기자>
네. 이유가 있는데요. 이건 좀 뒤에 알려드릴게요. 브로드컴은 애플과 삼성전자, 화웨이 등에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고, 또 TV 셋톱박스와 케이블모뎀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통신칩의 강자입니다. 팹리스 업계 매출 순위로는 퀄컴(193억달러)에 이어 2위(브로드컴.177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올해 반도체 숏티지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좋았는데, 연말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에 더해, 내년 역시 좋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오늘 가져와봤습니다.
<앵커>
당장 이번주 목요일, 현지시간 9일에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군요. 월가 IB들의 전망부터 볼까요?
<기자>
월가에서는 브로드컴의 이번 4분기 실적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먼저 주당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2% 늘어난 7.74달러, 총 매출은 13.7% 커진 73억 6000만달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지금 표를 보시면 매출이 지난해 3분기부터 꾸준히 늘고 있죠. 이번 4분기는 바로 이전 분기에 비해서도 기대되는 상승폭이 큽니다. 지난 9월 컨퍼런스 콜에서 브로드컴의 최고경영자(CEO), 혹 탄은 "일부 고객사의 패닉바잉으로 시장에 재고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출하량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말은 곧 매출을 더 늘릴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추후의 가격 결정력을 더 공고히 가져가는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죠.
실제 월가 리포트에서도 내년 주목해야할 종목들의 공통점으로 가격 결정력이 꼽히는데, 여기서 브로드컴이 자주 거론됩니다. 여기에 반도체 수급난은 올해보다 내년에 더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죠. 이에 따른 실적 우상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브로드컴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매출의 72.3%가 반도체 칩 분야이고, 27.7%가 인프라 소프트웨어 부분입니다. 국가별 매출을 보면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 32.7%,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31.5%, 미국은 20% 정도거든요. 3분의 2의 이상 아시아에 비중이 두드러진다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발표에서 역대 최고 어닝 서프라이즈보다 더 주목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혹 탄 CEO가 브로드컴의 새 성장동력을 어떻게 증명해낼 지 인데요. 추가 인수 계획이 있는지, 특히 소프트웨어 쪽에서 그동안의 인수 성과와 앞으로의 청사진을 확인하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중국 비중이 크네요. 미국 기업 아닙니까?
<기자>
아까 티커명과 회사 이름이 연결되지 않는 것에 대한 답이 여기 있습니다. 퀄컴과 함께 미국의 양대 설계 업체였던 브로드컴은 원래 미국 캘리포니아에 주거지를 두고 있는 반도체 기업입니다.
이 회사를 지난 2015년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아바고 테크놀로지스가 인수합병했는데요. 아바고는 HP 반도체 사업부문이 분사해서 탄생한 업체로, 사실 이름이 크게 알려진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아바고는 인지도를 고려해서 브로드컴이란 회사 이름을 고수하면서, 티커명은 아바고의 `AVGO`를 가져갔죠.
브로드컴은 싱가포르와 캘리포니아 두 곳에 본사를 두고 있고, `미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회사`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만, 업계에서는 중국계 기업으로 사실상 분류하는 편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최고 경영자인 혹 탄이 중국계 말레이시안이고, 중국계 자본으로 움직인다는 점, 그리고 합병 이후 중국과의 거래가 큰 비중으로 늘게 된 까닭이죠. 그래서 2017년~18년에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려고 했을 때, 미국 정부가 통신망 주도권이 중국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반대하기도 했죠.
<앵커>
미국기업을 싱가포르 회사가 인수했는데, CEO가 중국계라서 중국계로 분류가 된다고요? 복잡한 내력의 회사네요.
중국계로 분류돼서 미국 정부가 견제를 한다고 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앞으로 입지가 커지기 쉽지 않겠는데요?
<기자>
월가내에서도 이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분분합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퀄컴, 엔비디아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두 회사에 비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골드만삭스는 오히려 중국 시장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브로드컴의 위치가 앞으로의 미중 관계에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란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주 사업인 반도체 설계에서 미중 갈등이란 변수가 커지다 보니, 브로드컴은 최근 소프트웨어 분야로 더 눈을 돌리고 있는데요. 최근 데이터 분석업체 SAS 인수를 시도해서 큰 화제가 됐었죠. 결국 SAS측이 매각하지 않고 IPO로 선회하면서 인수는 무산됐습니다만, 200억달러라는 큰 자금을 투입해서 거대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하려 했다는 점에서 브로드컴의 앞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혹 탄 CEO가 바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아바고 시절부터 전략적인 M&A를 거듭 성공으로 이끌었고, 2016년 브로케이드, 2018년 CA테크놀로지, 2019년 시만텍 등 굵직한 M&A를 진행하면서 반도체 칩 디자인 기업에서 소프트웨어로까지 사업을 다각화시켰어요. 앞서 인프라 소프트웨어 부분 매출이 28% 정도라고 말씀드렸는데, SAS 인수까지 성공했다면 비중이 40%까지 커졌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아서는 SAS 인수가 무산됐으니 추가적인 M&A에 또 나설지를 시장이 확인하려고 하겠군요. 브로드컴만의 M&A전략이 있다면서요?
<기자>
좋게 이야기하면 인수 후 불필요한 사업부서는 과감히 매각함으로 포트폴리오를 최적화 시키는데, 이를 반대로 풀이하면 가혹한 구조조정이 뒤따른다는 것이죠.
혹 탄 CEO가 진행하는 M&A를 보면 사모펀드와 유사한 방식을 취하는데요. 단순히 사기만 하는게 아니라 필요하지 않는 부서는 바로 매각에 나섭니다. 혹 탄 CEO의 냉혹한 경영방식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습니다. 대량 해고로 인수한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라는 분석도 있고요.
하지만 자금 운영, 기업 재무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브로드컴은 올해 회사채 발행 규모로 애플, 오라클과 함께 Top 3에 올랐는데, 부채를 일으켜 M&A를 추진하고 이익을 극대화 해 매출 성장과 재무 건전성을 동시에 가져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죠. 잉여현금 흐름(Free cash flow)를 증가시켜서 배당을 꾸준히 늘렸다는 것이 투자자들로선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앵커>
배당도 꽤 잘 준다면서요? 얼마나 됩니까?
<기자>
현재 브로드컴의 배당수익률은 2.58%로 기술주 중에서 높은 편에 속합니다. S&P500 기업의 배당률이 평균 1.25%에 불과하고, 기술주들은 특히나 배당금을 크게 지불하지 않죠. 브로드컴은 10년째 배당을 증가시켜 왔고, 배당정책을 보면 최근 12개월 잉여현금 흐름의 50%를 배당으로 주고 있습니다. 현재 기준 배당률이 좀 낮아졌지만, 그동안의 지급 패턴을 보면 이번 12월 지급에서 주당 4달러로 상향되지 않겠느냐란 기대가 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월가 목표가 짚어주시죠.
<기자>
마침 오늘 나온 리포트가 있는데요. 반도체 분야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히는 오펜하이머의 릭 셰퍼가 지금까지 제시된 가격보다 높은 650달러의 목표가를 설정한 새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번주 발표될 실적을 보기도 전에 목표가를 조정한 것이니 그만큼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는 반증이겠죠. 릭 셰퍼는 현재 브로드컴의 수주잔고가 200억달러를 웃도는 만큼 2022년 역시 아주 단단한 실적으로 시작이 기대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전에 나온 월가 리포트들의 평균가는 $622를 제시하고 있구요. 이는 현재가 대비 약 10% 높은 수준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뉴욕증시 A to Z, 조연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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