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밥상물가…살림 갈수록 팍팍 [이슈플러스]

박승완 기자

입력 2021-12-09 17:10   수정 2021-12-09 17:10

    3분기 물가 역대급 기록
    "안 오른 게 없다"
    공급 병목·오미크론 변수
    <기자>

    3분기 밥상물가가 일곱 분기 연속 상승하며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전 국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과 추석 연휴를 맞이해 농축산품 중심으로 가격이 뛰었기 때문인데요.

    지금은 어떤지 제가 직접 장을 봐 보겠습니다.

    3분기 가장 많이 올랐던 과일값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았습니다.

    1년 전에 비해 사과 값은 1.1%, 배 값은 11.3% 낮은 반면 평년보다는 각각 43.3%, 4.4% 높은 수준입니다.

    고기와 달걀 등 축산물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입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모두 지난해보다 14.9%, 24.2% 비쌌고, 평년 대비로는 21.6%, 41.5% 높은 가격에 거래 중입니다.

    이 밖에 빵과 우유, 즉석밥 등을 포함해 소비지출 항목 중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로 분류된 품목 한 가지씩을 장바구니에 담아 계산했습니다.

    총 7만 5,920원이 나왔습니다.

    2020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월평균 식비 지출은 18만 1천 원.

    그에 따르면 저는 이 음식으로 12.6일을 살아야 합니다.

    <앵커>

    하늘 모르고 오르는 밥상 물가. 얼마나 심각하고, 앞으로 전망은 어떤지 짚어봅니다.

    산업부 생활경제팀 박승완 기자 나와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물가 인상,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네,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우리나라의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지난해보다 5.0% 올랐습니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에는 과일이나 농축산물 외에도 곡물이나 각종 가공식품이 포함되는데, 식생활에 필수적인 품목이어서 통상 `밥상 물가`라 불리는데요.

    값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절약하는 데 한계가 있고, 구매가 잦은 품목이어서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가계 소비지출 항목 중에서도 식비 지출이 가장 많은 비중(16.9%)을 차지하는 걸 보면 더욱 중요하겠습니다.

    그렇다면, 5.0%란 수치는 높은 겁니까?

    <기자>

    네, OECD 38개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위에는 터키(27.6%), 콜롬비아(11.2%), 호주(10.6%), 멕시코(8.0%) 등이 있는데요.

    가뜩이나 국제유가와 곡물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와중에 국내 농축수산물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이 높은 상승률의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이례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터키를 제외하면 세계 4번째로 봐도 되겠군요.

    이러한 고물가, 가장 큰 문제는 뭡니까?

    <기자>

    장바구니 물가뿐 아니라 외식 물가까지 급등하면서 주머니 사정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치킨, 제과제빵, 피자, 패스트푸드(햄버거) 등 주요 외식 업종 대부분이 가격을 올렸는데요.

    치킨업계 1위인 교촌치킨이 지난 11월 가격을 올렸고요, 제빵업계 점유율 절반이 넘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올 한해 2번 값을 올린 롯데리아가 대표적입니다.

    <앵커>

    만들어 먹기도, 사 먹기도 어려운 상황이군요. 그런데 소상공인 가맹점주들도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무슨 일입니까?

    <기자>

    교촌치킨은 가격 인상 배경으로 가맹점주들의 요구가 컸다고 설명했는데요.

    치킨 한 마리 가격을 1만 8,000원으로 가정하면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각종 재료를 받는 조건으로 약 9,900원(판매가의 55%)을 냅니다.

    부가가치세를 빼면 6,000원 초반대를 손에 쥐는 구조인데, 여기에서 인건비와 임대료, 배달앱에 내는 비용까지 따지면 사실상 남는 돈이 없다는 불만입니다.

    <앵커>

    오른 외식비가 가게 주인들한테 돌아가진 않고, 재료값이나 배달 앱 등으로 다 빠져나가고 있군요?

    <기자>

    네, 결국 점주들도 소비자도 모두 불만인 상황입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입니다.

    [정지연 /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기업들이 눈치를 보다가 누군가 다른 기업에서 인상을 하면 슬쩍 거기에 얹어서 인상을 하는 경우들이 있어서, 인상 요인 이외에 기업에서 절감할 수 있는 노력, 또 충분히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인상 요인이 있을 때 가격에 반영이 돼야 소비자들의 가격 수용성이 생길 것이라 봅니다.]

    <앵커>

    장바구니 물가뿐 아니라 밥상 물가 전반이 위기군요. 정부 대책은 뭡니까?

    <기자>

    네, 10년 만에 최고치라는 소비자물가 상승폭에 정부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습니다.

    물가 안정에 정책역량을 총집중하겠다며, `물가 부처책임제`까지 들고 나선 건데요.

    또 먹거리 지원 사업과 농축산물 가격 안정 등을 위해 총 2,189억 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해, 내년 한해 390억 원 규모의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살포할 계획입니다.

    <앵커>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거군요.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해상물류를 중심으로 좀처럼 해결되지 않은 공급 병목 현상과 `오미크론` 변종 확산도 글로벌 교역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주원 현경연 연구원 인터뷰 들어보시죠.

    [주원 /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 내년 1분기 까지만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다음부터는 물가상승률 자체가 조금씩 낮아지는 안정화 국면으로 들어가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돼요. 겨울 대유행이 핵심적인 변수가 될 것 같고요, 오미크론은 중증화율 등 연구결과가 확인이 돼야 물가상승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작황 부진이 이어지며 농산물 재고가 넉넉하지 않은 점도 발목을 잡습니다.

    이 영향으로 3대 곡물로 불리는 밀, 옥수수, 콩의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인데요.

    선물 가격 기준으로 지난달 평균값이 밀 297달러, 옥수수 225달러, 콩 455달러였는데,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35.0%, 37.3%, 8.4% 올랐습니다.

    이들 3대 품목을 80~90% 가까이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선 외부 요인에 물가가 휘둘릴 우려가 있는 데다, 최악의 경우 식량 안보 위기까지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

    <앵커>

    수입의존도가 90%에 달한다면, 자급률이 한 자릿수란 뜻이겠군요. 대처가 필요하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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