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내 오랫동안 묵혀왔던 문제인 수녀 학대에 관해 경고했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교황청 내 수도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최근 발간된 수녀 학대를 다룬 책 `침묵의 베일: 여성 종교인의 삶 속의 학대, 폭력, 좌절`에 대해 언급했다.
교황은 이 책에 학대와 폭력의 두드러진 사례는 없지만, "소명의식의 힘을 해치는 일상적인 학대가 상세히 실려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도회나 새로운 종교운동의 설립자들이 과도한 권력을 갖고 부적절하게 행사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들이 특정 영적 운동을 해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인이 교회 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이탈리아에서 발간된 `침묵의 베일`은 상급자의 학대에 시달린 전·현직 수녀 11명의 사례를 담고 있다.
대부분 심리적이고 영적인 학대로 수녀들은 공동체를 떠나거나 쫓겨나 신과 교회에 대한 믿음을 의심하게 된 사례들이다. 일부는 거리로 나앉았고, 일부는 여성 학대 피해자를 위한 쉼터로 피신했다.
앞서 교황청 공인 예수회 잡지 `라 치빌타 카톨리카` 역시 지난해 유사한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바티칸 여성 잡지들도 사제들에 의한 수녀들의 성적 학대, 교회 남성 상급자들이 무료 가사노동을 위해 수녀들을 착취했다는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저자인 이탈리아 기자 살바토레 체르누치오는 `침묵의 베일`에서 오랫동안 비밀에 싸여있던, 상급자들이 수녀들에게 저질렀던 한층 은밀한 형태의 심리적 학대를 더 깊이 조명했다. 체르누치오는 교황청의 온라인 미디어인 바티칸뉴스 소속이다.
책에는 특히 교황청 최고직 여성 중 한 명인 나탈리 베카르 수녀의 에세이가 실려 눈길을 끈다.
베카르 수녀는 이런 사건들이 수도회에서 삶의 유해한 현실을 바라보도록 만들고, 피해자들을 돌보고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가톨릭 교단이 신부와 수녀가 복종과 권위를 올바른 방식으로 행사하도록 훈련해야 하며, 이를 잘못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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