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기업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여직원들에 대한 성적 괴롭힘을 방치했다는 논란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테슬라 여직원이 회사가 성희롱 피해 호소를 묵살했다며 소송을 한 데 이어 다른 전·현직 여직원들도 비슷한 소송을 냈다.
이에 따르면 테슬라의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과 로스앤젤레스 서비스센터의 전·현직 여직원 6명은 테슬라가 성희롱 문화를 조장했다며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나 카운티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직장에서 동료와 상사로부터 음담패설이나 신체적 접촉 등 성희롱을 당했으나 회사의 대처는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성희롱적 언행을 회사에 알렸지만, 바뀐 것은 없었고 일부는 자신이 다른 곳으로 배치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 중 다수는 이런 경험으로 인해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렸고 승진도 못 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당사자 중 한 명인 제시카 브룩스는 성희롱이 너무 심해 일할 때 자기 주위에 상자를 쌓아 올려 남직원들이 추파를 던지지 못 하게 했다고도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달 테슬라 프리몬트 공장의 여직원 제시카 버라자가 제기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에 뒤이은 것이다.
버라자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테슬라에는 성희롱이 만연해있으며 악몽과도 같은 근무 환경"이라며 "테슬라가 진보적인 문화의 샌프란시스코베이에 위치한 최첨단 기업이 아니라 조잡하고 오래된 공사 현장이나 `프랫 하우스`(남성성이 강하고 성적으로 문란한 남학생들 모임)와 더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에서는 그동안 인종차별과 성희롱 관련 항의가 계속해서 제기돼 왔지만 정규직 직원들은 직장 내 분쟁을 비공개 중재로 처리하도록 요구하는 합의서에 서명하기 때문에 이런 불만들이 법정으로까지 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이번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스페이스X에서도 인턴으로 일한 여성 3명이 상급 직원과 동료 인턴 등으로부터 성적 괴롭힘과 원치 않는 성적 접근을 당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이중 인턴을 거쳐 정규직 엔지니어로 일한 애슐리 코잭은 최근 한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2017년 한 남성 인턴이 인턴 숙소에서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쥐었으며, 다른 남성 동료는 2018년 회사 행사에서 자신의 상체를 더듬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건을 회사 상급자나 인사부에 보고했지만 둘 다 아무런 반응을 얻지 못했으며, 2017년 사건의 경우 가해자와 계속 같은 숙소에서 살아야 했고 2018년 사건의 동료 직원은 지금도 스페이스X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다른 직원이 자신의 집으로 찾아와서 만지려고 하는 등 다수의 비슷한 사건을 인사부에 보고했으나, 아무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코잭은 "이 회사에서 내 미약한 위치를 고려해보면 나는 힘이 없다고 느꼈다"며 결국 지난달 회사를 그만뒀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 인턴은 2012년 술에 취한 남성 직원이 인턴 숙소 내 자신의 침실 문을 두드리면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으며, 인사부가 이 사건을 조사했으나 이 직원은 회사를 계속 다녔다고 말했다.
앞서 퍼듀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재학 중인 2015∼2017년 스페이스X에서 인턴을 한 줄리아 크롤리 파렌가도 자신의 상급자가 데이트 등 사생활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을 한다며 회사에 보고했다가 인사 보복을 당했다며 작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올해 초 합의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이스X는 NYT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으나, 최근 그윈 쇼트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인사부에 대해 독립적인 사내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쇼트웰 COO는 메일에서 "모든 괴롭힘이나 차별 행위 주장을 엄격히 조사하고 회사 정책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적절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