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 백화점 1년새 2배로 늘어
화장 대신 향수로 '자신 표현'하는 MZ
'고가 향수' 소비도 급증...한 병에 40만 원
한 달 만에 멈춘 일상회복에 자영업자들의 `곡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고가 제품 소비는 멈출 줄 모르고 폭발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에도 물이나 휴지 등 생필품 사재기가 없어 극찬을 받았던 한국이지만 유독 명품을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자 외신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명품 집착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보복 소비와 함께 한국의 집값 폭등을 이유로 꼽았다. 2030 세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라버린 집값 탓에 상실감에 빠진 나머지 당장 즐길 수 있는 곳에 돈을 쓴다는 것.
코로나19로 발이 묶이면서 억눌린 소비 심리는 명품 수요로 이어졌는데, 실제로 성인남녀 5명 중 2명은 코로나블루를 `보복소비`로 풀었다고 답했다.
한국인들의 명품 소비 열광 탓에 백화점들은 수혜를 입었다. 올해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백화점 점포만 10곳으로 1년 새 2배로 늘었다.
특히, 현대 강남본점과 갤러리아는 각각 1985년과 1990년 문을 연 이후 처음으로 1조 원 클럽에 가입했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1조 클럽 가입과 더불어 평당 월 매출은 연말까지 1100만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글로벌 탑 명품 백화점들의 평당 월 매출액인 860만원을 크게 뛰어넘는 세계 최고의 평 효율을 달성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나만의 향`을 원하는 MZ세대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명품을 소유하는 `스몰 럭셔리` 현상이 맞물리며서 고급 향수를 찾는 소비자도 급증했다.
마스크 사용으로 화장을 하지 않는 대신 새로운 측면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단으로 향수를 찾으면서다.
매장 내 시식과 시음, 샘플 사용이 중단되면서 화장품과 식품 매출은 일제히 감소했지만, 시향 금지에도 불구하고 향수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한 병에 30~40만원을 호가하는 고가 향수 시장도 급성장했다.
이에 백화점에선 화장품 매장을 줄이는 대신 `향수존`을 구성하고 고급 향수 모시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니치향수가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MZ세대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관련 매출(전년대비 86.2%↑) 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매년 20~30% 이상씩 매장을 확대하는 등 니치향수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봤던 백화점 업계는 보복 소비가 실적을 견인하면서 매출 규모는 이미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팬데믹이 걷히고 해외여행이 재개되면 중장기적으로 백화점 매출이 낮아질 거란 예상도 나온다. 명품의 ‘오픈런(Open Run·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는 것)’ 수요가 해외여행으로 이전하면서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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