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습니다.
연료비 상승으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물가 부담을 고려해 내린 조치인데요.
한전 입장에선 적자가 더 늘어나게 생겼습니다.
신재근 기자입니다.
<기자>
한전이 공개한 최근 석 달간 유연탄과 LNG 등 평균연료가격은 킬로그램(kg)당 467.12원.
이는 전기요금 조정의 기준이 되는 과거 1년간의 평균 연료비(2019년 12월~2020년 11월)보다 62%나 높은 수치입니다.
높아진 수요와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해 전기를 생산할 때 필요한 연료비 지출이 그만큼 커진 겁니다.
올해 시행된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기계적으로 전분기 대비 킬로와트시(kWh)당 3원 정도 올라야 하지만, 정부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올렸다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세계 주요국들이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데도 올리지 못하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한전이 짊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구입전력비 증가로 올 3분기까지 한전의 누적 영업적자는 1조 원이 넘는 상황(1조 1,298억 원).
[김우진 /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한전은 상장기업인데 요금 동결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일반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좀 더 많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두고 전현직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까지 나서서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수요 증가로 에너지 재고가 부족한 데다 공급망 차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연제 /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내년 상반기까지는 연료비 상승 추세가 계속 유지될 것 같고, 이런 걸 반영하면 전기요금도 계속해서 올라갈 요인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와 인플레, 대통령 선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제 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면서 한전의 실적은 당분간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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