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텔레비전 산업을 둘러싸고 글로벌 스트리밍 업계의 콘텐츠 쟁탈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날 `차기 오징어 게임을 찾아서 한국의 TV 쇼를 놓고 전쟁 중인 스트리밍 서비스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오징어 게임`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프로그램에 오르면서 한국 콘텐츠의 새 지평을 열고 다음 성공작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공개 직후 글로벌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최근 몇 주 동안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비영어 프로그램 `톱 6` 가운데 4편이 한국 콘텐츠였다.
연이은 성공은 한국에 `저비용으로 고품질 콘텐츠를 만드는 나라`라는 명성을 안긴 것은 물론 스트리밍 업계의 라이벌들이 한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애플 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최근 한국에 상륙한 데 이어 HBO맥스가 한국에서 인력 채용을 공고해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HBO맥스의 모회사인 AT&T 워너미디어는 구체적인 언급을 거부했다.
로맨틱코미디, 좀비물, 사극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한국의 TV쇼는 다양한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이들의 스트리밍서비스 가입을 유혹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월트디즈니 아시아태평양 사장인 루크 강은 "한국과 같은 시장은 곧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글로벌 콘텐츠 강자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10월 아태 지역에서 28개 신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했는데 이 중 7편이 한국 작품이다.
한국 드라마의 제작비가 최저 할리우드의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다는 사실도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한국 시장을 개척한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2015년 한국 진출 후 지금까지 12억 달러를 한국의 영화·드라마에 투자했는데 이 중 5억 달러가 올해 집중됐다.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총 130편이 넘는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속속 가세하면서 K콘텐츠의 `몸값`도 뛰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 3분기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스트리밍 콘텐츠 판매 가격이 전년 동기보다 24% 뛰었다고 밝혔다.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WSJ에 한국의 빠른 의사결정 속도가 드라마 등 콘텐츠 개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비결을 밝혔다. 한국에서는 신작 프로젝트 승인까지 빠르면 일주일 밖에 걸리지 않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는 반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연 감독은 "이런 것이 다양한 장르에서 더 많은 실험적인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길을 닦았다"고 말했다.
또 한국 외에 중남미, 중동, 유럽 등 다양한 국가의 콘텐츠와 배우가 점점 더 미국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진출하는 추세라고 WSJ은 전했다.
앰페어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콘텐츠의 15%가 미국 외의 국가에서 제작됐으나, 현재 이 비율은 27%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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