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늪' 빠진 한국 금융사…'저배당·이자 수익 편중' 발목

입력 2021-12-30 16:59   수정 2021-12-30 16:59

    <앵커>
    정치경제부 문성필 기자와 보다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기자. 한국 은행들이 시장에서 이렇게 저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해외 금융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적기 때문입니다.

    이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가 배당성향인데요.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총액을 의미하는데요.
    다른 조건들이 비슷하다면 배당성향이 큰 기업일수록 주식 가격이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미국 금융회사들과 한국 은행들의 배당성향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주요 미국 금융회사들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40.39%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같은 기간 한국 은행들의 배당성향은 어떨까요.
    20.77%로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합니다.
    결국 주주들이 기대할 수 있는 배당수익이 해외 금융회사보다 적으니 한국 금융회사들에 대한 투자 관심이 떨어지는 셈입니다.

    <앵커>
    이렇게까지 배당성향이 차이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상당수 지난해 3분기부터 금융회사들의 배당을 제한했습니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여기서 차이가 존재합니다.
    한국의 경우 금융당국이 배당성향을 20%이내라는 구체적인 수치로 제한했는데요.
    미국은 전분기 배당액 이내로만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금융회사들은 이미 1,2분기에 배당을 늘려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배당제한에 큰 의미가 없었던 것이죠.
    여기에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과거 국내 금융회사들의 배당 정책에 아쉬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과거 국내 은행들은 이익이 감소하면 배당금을 줄였지만, 인수합병 등의 이유로 이익이 늘어나도 배당금을 동결하고는 했습니다.

    <앵커>
    이밖에 다른 저평가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요?

    <기자>
    은행 이자수익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5대 금융지주들은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 13조 원(13조6,722억 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은행 수익에 지나치게 쏠려있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 은행들의 총 영업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6.15%나 됩니다.
    비이자이익 비중은 13.85%에 불과한 것이죠.
    뱅크오브아메리카 약 46%,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5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큽니다.

    <앵커>
    한국 금융회사들의 저평가 이유를 분석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규제가 지나치다는 점인데요.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기자>
    최근 몇년새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했죠.
    은행들은 대출 상품을 팔아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정부 규제로 상품을 팔지 못하게 되면 시장 기대만큼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집니다.
    여기에 인수합병을 통해 비금융 부문까지 사업을 다각화하고 싶어도 규제로 제한을 받는 점도 논란입니다.
    은행의 비금융자회사 지분 소유를 은행법에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은행법 37조는 `은행은 다른 회사 등의 의결권 있는 지분증권의 15%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융그룹 지주사들의 비금융 자회사 지분 소유도 금융지주회사법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금융앱인 `토스`와 토스뱅크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다`를 인수해 비금융 사업을 확장했잖아요.
    금융회사들은 이 처럼 비금융 회사를 인수하고 싶어도 현재로선 불가능한 셈입니다.
    주가는 미래가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당장 실적이 좋아도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이 든다면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규제로 인해 사업 진출에 제한을 받게 되면 선택할 수 있는 성장 방법이 줄어들 게 되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한국 금융회사들의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시장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재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 배당주라고 보시지 성장주라고 아무도 안 보시니까. 내년 배당이 올해보다 의미 있게 늘어난다면 주가도 일부 반영을 하겠죠. `당장은 돈이 되지만 5년, 10년 뒤에는 다 잡아먹혀서 배당 되겠어` 이렇게 되면 점점 디스카운트는 심해지겠죠.]

    <앵커>
    그렇다면 한국 금융회사들이 저평가를 벗어나기 위해선 어떤 부분들이 필요할까요.

    <기자>
    금융회사들의 경우 자사주매입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자사주 매입을 하면 주식 유통 물량이 줄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고, 주식을 소각하면 이익을 환원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약 25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고, 모건스탠리는 내년 6월까지 12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는데요.
    국내 금융회사들은 일부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었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의 규제도 보다 완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지분 취득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금융당국에 건의했는데요.
    일단 금융당국은 법 개정이 아닌 가이드라인을 통해 금융회사들이 핀테크 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법제도 정비를 위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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