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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 2022년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2-01-03 12:48  



2022년, 임인년을 맞아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지도 어느덧 3년 차를 맞는다. 아무리 늦에도 2년 안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지 않겠느냐는 마지막 희망까지 사라지고 올해부터는 위드 코로나, 그것도 독감처럼 일생생활에서 체질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쪽으로 모든 것이 변해가고 있다.

하이먼 민스키의 리스크 이론상 가장 위험하다는 ‘아무도 모르는(nobody knows)’ 코로나 사태를 맞아 코로나 사태 발생 첫해 세계 경제는 ‘원시형 경제’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I’자형, ‘L’자형, ‘W’자형, ‘U’자형, ‘나이키형’, ‘V’자형, 심지어는 ‘로켓 반등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예측 시각이 나오면서 성장률이 -3.5%까지 추락했다.

작년 1분기까지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암울했던 세계 경제가 2분기 들어서는 갑자기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더 혼돈에 빠지게 했던 것은 코로나발 인플레가 같은 통화정책 시차(미국의 경우 9개월∼1년) 내에서 모든 가능성이 한꺼번에 거론되는 ‘다중 복합 공선형’으로 이 또한 처음 나타난 원시형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가 2년이 지나면서 임인년 세계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플레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작년 2분기 이후 숨가쁘게 전개됐던 과정을 되돌아보면 작년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인플레 논쟁이 시작됐다. ‘일시적이냐’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던 인플레 논쟁이 작년 7월 말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높게 나오자 곧바로 하이퍼 인플레 우려로 돌변했다.

하이퍼 인플레 우려도 잠시 세계 공급망 차질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작년 여름 휴가철 종료 이후 경기 둔화까지 우려되면서 ‘슬로플레이션’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조어인 슬로플레이션의 의미를 알아갈 무렵 작년 3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2.0%(확정치는 2.3%)로 급락한 것으로 나오자 2차 오일 쇼크 직후 나타났던 스테그플레이션 악몽이 재현됐다. 그린 슛 단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은 여전히 확산일로에 있는 코로나 사태에 대해 각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부터 전제돼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코로나 사태가 악화돼 각국이 재봉쇄 체제로 돌아가는 경우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거의 모든 정책수단을 소진된 점을 감안하면 시든 잡초보다 더 어려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코로나 사태가 말끔히 해소되는 경우다. 화이자, 머크에서 먹는 경구용 치료제 개발로 이 시나리오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 시각이 압도적이다. 만에 하나 코로나 사태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인플레 등 숙취(hangover) 현상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남는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위드 코로나’ 시나리오다. 시스템 문제에서 비롯된 종전의 위기와 달리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 쇼크인 코로나 사태는 재봉쇄만 되지 않는다면 급진적인 출구전략을 추진하더라도 또 다른 형태의 시든 잡초에 해당하는 ‘에클스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 에클스 실수란 1930년대 당시 Fed 의장은 에클스가 성급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하다가 경기를 망쳐 대공황을 초래한 사례를 말한다.

팬 차트(pan chart)로 각국의 인플레 정도와 출구전략 추진 가능성을 판단해 보면 대부분 선진국들은 중심축(pivot state)에 몰려 있다. Fed를 시작으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출구전략을 곧바로 추진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일부 신흥국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선진국 출구전략에 따른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인플레와는 크게 연관이 없다.

문제는 이 시나리오도 인플레를 잡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수준과 중장기 성장기반의 재확보 여부는 숙취 현상을 얼마나 순조롭게 해결할 것인가에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을 통해 코로나발 인플레의 성격을 보면 공급측 요인이 더 큰 점을 감안하면 주로 수요측 인플레 대책인 출구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올해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즉 테크래시를 강화하는 추세 속에 각국이 디지털 콘택트 육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네트워크만 깔면 갈수록 공급 능력이 확대되는 이른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디지털 콘택트가 발전되면 인플레와 출구전략 추진에 따른 성장 훼손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3차 대전(헨리 키신저), 2차 냉전(니얼 퍼거슨)이란 경고가 나올 정도로 악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경제패권 다툼은 올해도 여전히 세계 경제 운명을 좌우할 최대 현안이지만 종전과는 다른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이 모두가 인플레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치사슬(GVC)과 공급망(GSC) 붕괴 등과 같은 외부 충격에 따라 수입물가가 상승할 때는 자국통화 가치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당장 가져갈 수있는 방안이다. 인플레 쇼크가 처음 발생했던 작년 5월 이후 위안화 가치는 10% 정도 절상됐다. 한때 90선 밑으로 떨어졌던 달러인덱스도 최근 들어서는 96선을 넘어섰다.

경제권역별로 본다면 신흥국들이 문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자국 통화 강세를 유도한다면 금리차와 환차익을 노리는 캐리 자금의 이탈로 신흥국들은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금융위기 당시 조달했던 달러 부채 만기가 2025년까지 매년 4000억 달러가 돌아오는 점이다.

새해 벽두부터 일부 취약 신흥국에서는 금융위기 조짐이 일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에게 알려진 모리스 골드스타인 지표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외채상환계수로 신흥국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판단해 보면 2013년 테이퍼링 추진 당시 텐트럼 발생국인 ‘구취약 5개국(인도·인도네시아·터키·남아공·브라질)’과 2015년 금리인상 당시 텐트럼 조짐이 일어났던 ‘신취약 5개국(멕시코·인도네시아·터키·남아공·콜롬비아)’에서 높게 나온다.

인플레와 함께 또하나의 숙취 현상인 ‘K’자형 구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올해 세계 경제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대처와 디지털 콘택트 진전, 그리고 인플레 등으로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횡재 효과(bonanza effect)’와 ‘상흔 효과(scarring effect)’가 뚜렷하게 나타나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지는 추세다.

올해 ‘공유 경제’ 논의가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자형 양극화 주요인인 횡재 효과와 상흔 효과는 자신의 능력과 결부되지 않은 면이 많아 경제게임 결과를 그대로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견이 많다. 능력 이상 얻은 것은 거둬 능력과 관계없이 피해를 경제주체에게 배분해 쥐야 한다는 것이 최근 논의되는 공유 경제의 논리적 근거다.

‘공유 경제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를 놓고 사회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 모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발생하는 제반 문제들이 준(準)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어 ‘국가와 민간’, ‘계획과 시장’ 어느 한쪽으로 전적으로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와 민간, 계획과 시장이 함께 풀어가는 혼합경제 체제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사회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도 ‘제3의 길’이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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