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석탄 수출 금지 조치의 여파로 중국 내 석탄 선물 가격이 8% 가까이 급등하면서 작년 중국을 강타한 석탄 부족에 따른 `에너지 대란`의 재연 등 연쇄효과로 이어질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정저우 상품거래소에서 석탄 가격 지표인 발전용 석탄 5월 인도분은 인도네시아의 수출 제한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인 4일 한때 7.8%까지 오른 712.4위안(약 13만3천400원)에 거래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이후 최고치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 발전소의 석탄 부족으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 1일 1월부로 한 달간 석탄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은 지난해 1∼11월 인도네시아산 석탄 1억7천800만t을 수입했는데 이는 대부분 발전용으로 중국 전체 석탄 수입량의 60%가 넘는다.
자이쿤 궈타이쥔안선물 애널리스트는 "인도네시아 석탄은 주로 중국 동부·남부의 해안 지역으로 가며 해당 지역 전체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자국 석탄 생산량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린 상황이라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로 석탄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싱가포르의 한 석탄 트레이더도 "공급 감소는 확실하다. 많은 인도네시아 광산업체들이 `불가항력`이라고 선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국내의 석탄 공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인도네시아의 석탄 금수 조치가 중국, 인도, 일본, 한국 같은 주요국 경제에 연쇄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가 수출한 석탄의 73%는 이들 4개국으로 갔다.
한국 내에서는 수출 제한 조치가 장기화하면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관련해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응반을 구성하고 전력업계가 참여한 긴급회의를 열어 에너지 및 전력 수급 동향을 점검했다.
보통 겨울에는 석탄을 미리 확보하기 때문에 산업부와 발전업계는 당장 공급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수급 자체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인도네시아 정부의 조치로 인해 글로벌 석탄 가격이 오를 경우 전력 생산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석탄을 많이 사용하는 한국 철강과 시멘트 업계도 가격 상승을 우려한다.
앞서 지난 10월 중국이 비료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에 대응해 요소와 비료의 수출을 제한하자 한국에서는 경유차 주행에 필수인 요소수의 품귀 현상이 일어나 바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작년 인도네시아 석탄 수출의 15%를 차지한 인도는 수출 금지가 계속되면 다른 공급처를 찾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모건스탠리는 호주산 발전용 석탄이 올해 1분기 t당 평균 14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인도네시아 국유 전력회사 PLN은 대규모 정전을 막기 위해 1월에 추가로 필요한 석탄 510만t 가운데 320만t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PLN은 그러나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하면서 정부 및 석탄 공급업체들과 계속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유기업부는 PLN의 석탄 공급 관리와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석탄 생산업체와 액화천연가스(LNG) 업체 등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 수출보다 내수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생산량의 25%를 의무적으로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정책(DMO)을 어긴 석탄업체들의 사업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5일까지 석탄재고를 확인한 후 수출 재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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