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슈퍼 리치`로 구성된 한 단체가 자신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라고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애국적 백만장자들`이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지난 17일부터 화상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포럼`에서 공개서한을 통해 포럼에 참석한 전 세계 정치인과 재계 지도자들을 향해 이같이 밝혔다.
이 단체는 월트 디즈니 가문의 상속자 애비게일 디즈니와 벤처 투자가 닉 하나우어 등 10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전 세계가 지난 2년 간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이 기간에 우리는 우리의 재산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가 세금을 공정하게 내고 있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2020년 3월부터 작년 11월 말까지 세계 인구 99%의 소득은 줄고 10대 부자의 자산은 배 이상 증가했다.
애국적 백만장자들은 "부자인 우리는 현재 세금 체계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려면 전 세계는 부자들에게 정당한 몫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 같은 부자들에게 당장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소수 국가와 남미의 일부 국가들 외에 대부분의 국가는 부동산이나 주식, 예술품 등 자산에는 이를 팔기 전까진 세금을 걷지 않는다.
이 때문에 월드뱅크(WB)는 불평등을 줄이고, 코로나19 구제 계획의 일환으로 고갈된 국고를 보충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유세를 고려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지난해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부유세를 도입한 나라는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에 불과한 실정이다.
애국적 백만장자들이 옥스팜 등 비영리 단체들과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재산 5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부자들을 대상으로 부유세를 부과하면 전세계에서 23억명을 가난에서 구제할 수 있다.
재산이 500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에게 2%의 부유세를 물리고, 5천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지닌 사람들에게 3%, 10억 달러 이상에는 5%의 세율을 적용할 경우 매년 2조5천200억 달러가 모인다.
이는 저소득 국가에 사는 빈곤층 23억명에게 종합적인 건강보험과 사회 안전망을 공급하고, 전 세계에 충분한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단체는 "최고 부자들에 대한 영구적인 부유세가 극심한 불평등을 줄이고 의료와 같은 공공서비스를 위한 수익을 장기적으로 지속해서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의 창립 회원인 영국의 기업가 젬마 맥고우는 "단순히 생활하는 데만 연간 1천200파운드(약 200만원)가 더 드는 이 시기에 우리 정부가 부자들보다 노동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한다면 신뢰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국가 보험료를 올리기보단 우리와 같은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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