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비 평균수명은 51세"…후궁보다 6년 짧았다

입력 2022-01-23 17:11  



조선시대 왕비들의 평균 수명은 51세였으며, 당시 최고의 의료 지원을 받았음에도 후궁보다 수명이 6년 짧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3일 학계에 따르면 조선시대사 연구자인 이미선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는 학술지 `한국사연구` 최신호에 낸 논문에서 조선시대 왕비와 후궁의 수명, 사망 원인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왕비로 추존된 인물을 포함해 태조부터 순종 연간까지 비(妃) 46명과 조선시대 후궁 175명 중 수명이 정확하게 파악되는 48명을 비교했다.

그는 왕실 여성 평균 수명이 왕비 51세, 후궁 57세로 기존 연구 성과에서 양반가 여성 평균 수명으로 알려진 45세보다는 길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왕실에서는 의식주가 궁핍하지 않고 위생 상태도 훌륭했을 것"이라며 "조정은 왕실 여성의 건강과 장수를 위해 국가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왕비가 후궁보다 단명한 데 대해서는 "평균 수명이 47세였던 조선시대 왕들처럼 내명부(內命婦·궁녀 조직) 최고 여성으로서 정신적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짓눌려 살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왕비 중 환갑을 넘긴 사람은 18명에 불과했다"고 짚었다.

후궁이 왕비보다 대체로 오래 살았다는 사실은 사망 연령대를 유추할 수 있는 후궁 42명을 추가로 검토하면 더욱 명확해진다고 이 박사는 주장했다.

예컨대 세조 후궁 근빈 박씨는 "80세에 여승이 됐다"는 기록이 있어 80대까지 생존했음이 확인되나 사망 나이는 문헌에서 찾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이 박사는 왕비 가운데 70세를 넘어 사망한 사람은 15.2%였으나, 후궁은 31.1%로 갑절이나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왕실 여성 97명의 사망 원인도 유형별로 집계했다. 단순히 `병`으로 기록된 사례가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정치적 이유 등으로 죽임을 당하는 `사사·처형`이 16명으로 뒤를 이었다.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된 `산고·산후병`으로 목숨을 잃은 여성은 11명, 폐 질환을 앓다가 사망한 사람은 10명이었다.

이 박사는 "왕실 여성의 질병으로는 천연두, 전염병, 천식, 중풍, 종기, 암 등이 있었다"며 "경종 부인 단의왕후를 비롯해 창빈 안씨 등 4명은 급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후궁이 사망한 장소는 조선 전기 궁가(宮家·왕자와 공주 등의 집)에서 후대에 개인 살림집인 사가(私家)로 변했다고 짚었다.

이 박사는 "후궁은 자신이 모시던 왕이 사망하면 궁궐 밖으로 나가야 했다"며 "조선 초기에는 왕이 승하했을 때 편하게 관리하기 위해 후궁들을 모아 궁가 한곳에 살게 했으나, 후궁들이 왕의 명복을 빈다는 이유로 불교 행사를 치르자 왕실은 궁가를 혁파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후궁도 외부와 접촉이 금지된 궁가보다는 사가에서 자식, 손자들과 죽음을 맞길 바랐다"며 "후궁들이 불교보다는 성리학적 지배 질서에 순응하면서 사망 장소가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사진=MBC)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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