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최대 125달러"…데본에너지 강세 이어간다 [뉴욕증시 A to Z]

조연 기자

입력 2022-01-24 17:26   수정 2022-01-24 17:26

    <앵커>
    뉴욕증시 A to Z 시작합니다.
    조 기자. 이번주 이슈가 많은 한 주 입니다.

    <기자>
    이번 실적 시즌의 하이라이트 주간입니다. 애플과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를 비롯해 이렇게나 많은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되어 있는데요. 애플은 분기 최대 매출이 전망되는 등 월가의 추정치도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최근 뉴욕증시가 실적이 좋아도 주가는 떨어지는 흐름이 빈번하다는 것이겠죠.
    시장이 이번주 가장 주목하는 것은 바로 FOMC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말 한마디 한마디를 지켜보는 시장의 긴장감이 이어지면서, 기술주의 약세가 반전될지, 아니면 당분간 계속될 지 확인할 수 있는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오늘 이야기 나눌 기업은 어딥니까?

    <기자>
    지난해 수익률 1위 기업, S&P 500 중 주가 성적이 가장 좋았던 종목 어떤 기업이었을까요?
    저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 연초 약세장에도 유독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본 에너지(DVN)에 대해 오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최근 약세장에도 수익을 내는 에너지주로군요.
    미국 에너지 기업 하면 엑슨모빌, 셰브론 등이 먼저 떠오르는데, 데본 에너지는 어떤 기업입니까?

    <기자>
    데본 에너지는 미국의 독립 석유&천연가스 업체로, 저비용으로 높은 생산량을 내는 셰일기업으로 유명합니다.

    에너지주는 크게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으로 나뉘는데요. 매장된 석유·가스 탐사와 생산에 주력하는 업스트림 회사와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정제 및 처리하는 다운스트림이 있는데, 엑슨모빌과 셰브론은 이 둘을 모두 하는 회사죠. 1950년대부터 석유업계를 주름잡기도 했구요.

    데본 에너지는 미국에게 에너지 독립을 안겨준 셰일혁명 시대에 부상한 기업으로 업스트림회사입니다. 셰일가스 개발에 성공한 개척자, 조지 미첼의 미첼 에너지사를 인수한 곳이 바로 데본 에너지입니다. 이후 시추 기술을 발전시켜 `프래킹(수평 시추 기술+수압 파쇄 기술)`을 만들어내면서 미국의 셰일개발을 가속화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힙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유가 폭락 시기에 수많은 셰일회사들의 도산이 줄이었죠.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원유 수요가 급감하자 많은 미국 셰일기업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때 데본 에너지도 경영난을 겪었는데, 사업 확장을 위해서가 아닌 비용을 줄이기 위한 `생존형 M&A`로 WPX에너지라는 또다른 셰일 기업을 인수했습니다. 규모를 키우고 지출은 줄이는 등 경영효율화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끝에, 지난해 3분기 실적 월가의 예상을 훌쩍 웃도는 34억 7천만달러 매출과 주당순이익 1.08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배당금은 71% 증가한 주당 0.84달러를 지급하고, 여기에 2022년 말까지 1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도 진행하는 등 강한 주주환원정책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앵커>
    그런데 지난해 180% 넘게 주가가 올랐으면 이미 오를대로 오른 상태 아닌가요?

    <기자>
    데본 에너지 주가를 보면 지난 수요일부터 사흘간 하락하긴 했지만, 다른 주식들에 비해 계속 이달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16% 가량 오르다가 다시 내려왔는데요.
    월가 주요 IB들의 데본 에너지 목표가를 보면 올해 들어 52~57달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BofA는 "유가가 오를수록 더 수혜를 볼 것"이라며 , 올해 탑픽 중 하나로 데본 에너지를 꼽기도 했구요.

    월가에서는 에너지 채굴 회사들의 주가가 여전히 매수할 매력이 많은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유망한 섹터, 업종으로 에너지를 꼽는데요.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하는 4분기 실적에서 S&P 500의 에너지 기업이 281억달러 순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년전 3억달러 적자에서 완전한 반전을 이룬 것이죠. 잉여 현금 흐름도 좋고, 이익 구조의 변화, 그리고 가장 핵심적으로 유가 상승세가 앞으로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올해 원유 부문의 물가상승률은 일반 평균물가보다 훨씬 높은 10~15% 달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요즘 기름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슈 때문인가요?

    <기자>
    오늘 미 국무부가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의 철수령을 내렸죠.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국경에 대규모 병력 배치를 끝냈고, 미국과 러시아의 주말 외교담판도 빈손으로 끝나면서 국제사회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무력충돌은 크게 보면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유럽연합까지 전 세계의 전면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유가 측면에서 보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를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12월 20일 한차례 야말-유럽 가스관 공급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폴란드와 독일로 가는 천연가스관인데, EU는 가스의 35~40%, 석유의 25%를 러시아로부터 들여옵니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90%를 수입하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가 중단되면 에너지 전쟁으로 확장되는 것이죠. 이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 불균형은 물론, 인플레이션까지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높습니다.

    국제유가는 지난 연말부터 가파른 급등세를 보이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죠. 코로나가 시작되고 2020년 4월 2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던 유가는 이제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 배럴당 90달러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여기에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는 올 3분기 배럴 당 100달러를 예상했고, BofA는 120달러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아 다시 배럴당 100달러대의 고유가 시대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유가 상승 원인은 복합적이죠. 가장 먼저 원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인데요.
    OPEC에 따르면 2022년 하루평균 원유 수요는 1억79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9663만 배럴, 그리고 팬데믹 이전인 2019년 9976만 배럴보다 훨씬 많은 수치입니다.
    반면 비축량은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낮다보니 수요와 공급 사이 불일치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예맨 반군이 UAE 석유시설 공격 등 주요 원유 생산국의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죠.

    과거에는 셰일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가격을 떨어뜨렸는데, 이미 치킨게임으로 피와 살을 깎아내는 시기를 거친 이들이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 않고 수익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고 있죠.

    <앵커>
    석유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옮겨가는 추세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나요?

    <기자>
    일각에서는 친환경 에너지로의 에너지 정책 변화가 유가를 올리는 또 다른 역할이란 진단도 나오는데요.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투자는 줄었는데 친환경 에너지 투자는 그에 상응하는 만큼 늘지 않고 있고, 또 기술도 여전히 수익적인 측면으로선 올라오지 않은 가운데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을 급격히 줄인 것이 지금의 에너지 대란을 만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지난 가을부터 유럽 국가들은 기후변화 탓에 풍력발전량 대거 감소를 경험했고, 자연스레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올라갔죠.

    제가 가장 최근 인터뷰를 했던 롭 아노트 리서치어필리에이츠 CEO도 이 점을 꼬집었는데요. 현재 세계적으로 화석연료가 전 에너지원의 83%를 차지하고 있는데, 규제에 묶여 화석연료 투자가 줄고 공급이 연쇄적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 기반에서도 석유 의존도를 10년후 70%, 20년후 60%로 낮추는 것인데, 이 기준에서도 석유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향후 10년간 에너지주의 선전을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뉴욕증시 A to Z, 조연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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