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주주대표소송`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소송 남발로 연금수익률을 악화시킨 경우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학계와 경영계 전문가들은 25일 한국산업연합포럼이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의 문제점 및 대응`을 주제로 개최한 제16회 산업발전포럼에서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남발의 책임을 묻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국민연금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이관하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경영계는 주주대표소송의 결정권을 수탁위로 일원화할 경우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고, 특히 기업에 대한 정치·사회적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대표소송 제기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해 국민연금 손실이 발생한 경우 주인인 연금가입자들은 대리인인 국민연금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그러면서 "국민연금 가입자 100인 이상이 언제든지 국민연금 임원이나 각종 위원회를 대상으로 민사상 혹은 형사상 책임까지 묻을 수 있도록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국민연금 국내 주식 총투자 금액은 165조원이고, 우리나라에 상장된 기업 2천200개가 모두 다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대표소송 책임자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없으면 (국민연금이) 소송을 남발할 우려가 있고, 적극적인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대표 소송은 기금운용본부가 타당성을 따져 진행해야 한다"며 "소송기준을 마련하고 원칙에 따라서 소송을 해야 한다. 여론 재판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이 자신들이 내리는 결정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수책위의 주주권 행사 범위를 확대하려고 한다"며 "기업인을 혼내고 벌주는 행태를 추진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최종심 판결 시점에 소를 제기하도록 하고, 이사 등의 단순 과실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표소송으로 연금수익률이 악화하는 경우 해당 대표소송 제기에 찬성한 자가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대표소송을 제기한 위원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제도는 국민연금의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연금법 개정 때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의 73%는 중견·중소기업으로서 소송 대응 능력이 취약하다"며 "대표소송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해 기업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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