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정책연구기관인 프레이저연구소가 최근 주요 35개국의 지난해 경제고통지수를 조사한 결과 상위 5개국에 스페인(17.6), 그리스(15.7), 이탈리아(12.0), 아이슬란드(11.3), 스웨덴(10.9)이 자리 잡았다. 한국(6.0)은 28위로 순위는 낮았다.
경제고통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것으로,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을 가늠할 수 있게 고안한 지표다.
프레이저연구소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국가별 물가, 실업률 추정치를 토대로 계산했다. 국가별 최종 집계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연구소의 집계에서 순위는 하위권이지만 전년이나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했을 때 경제 고통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추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와 실업률을 반영한 지난해 경제고통지수는 6.2로 2011년(7.4)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19년(4.2)과 2020년(4.5)보다도 크게 뛰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탓이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개인 서비스, 농·축·수산물을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인 가격 급등세를 보였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도 10년 만에 가장 높은 3.2% 뛰었다.
생활물가는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이 커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쌀, 라면 등 144개 품목으로 계산한 지수로, 서민들의 체감도가 높다.
실업률은 지난해 3.7%로 2020년보다 0.3%포인트 하락했지만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점을 고려할 때 고용시장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의 경제고통지수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상승했다. 이 지수가 2019년 5.5에서 2020년 9.3, 2021년 10.0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실업률은 5.3%로 전년보다 2.8%포인트 떨어졌지만 물가 상승률이 4.7%로 4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서민들의 고통을 특히 가중하고 있지만 올해도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이나 그 이상을 기록하고 실업률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점에 비춰볼 때 올해 경제고통지수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원자재 가격 등 대외 요인에 의해 오름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지난주 국내 휘발윳값은 10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원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나프타 등 원자재 가격도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수입물가가 17.6% 올라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고, 생산자물가는 10년 만에 가장 높은 6.4% 상승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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