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연휴가 지나면 대선까지 불과 한달여만을 남겨놓게 된다.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 속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는 지연되거나 매끄럽게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고,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도덕성 논란에 가려져 공약들이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번 설 연휴기간, 투자자들이 곱씹어 봐야 할 이재명·윤석열 유력 대선 후보의 발언과 공약들을 정리했다.
"개인은 지원, 불법은 근절"…주식공약 `같은 듯 다른 듯`
▲ 장기보유 인센티브 vs 주식양도세 폐지
자본시장 개선과 관련해 두 후보가 내걸고 있는 공약 사항들은 대체로 비슷하다. 핵심은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성을 독려하면서, 주식시장 내 존재하는 불공정과 불법행위는 막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주식을 장기보유했을 때 양도세 인센티브를, 윤석열 후보는 주식양도세 폐지를 각각 핵심으로 꺼내들고 있다는 정도가 다르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과거 단타와 파생상품 투자 등을 통해 막대한 손실을 봤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우량주 중심의 장기투자를 독려하는 방향을 고민하는 듯 보인다. 윤석열 후보의 주식양도세 폐지는 보유보다는 거래를 활성화하는 데 무게를 둔 정책으로 풀이된다.
▲ 포스코·LG화학 등 물적분할에 성난 민심 잡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상장사의 핵심사업 물적분할과 쪼개기 상장에 대해서도 두 진영 모두 비슷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물적분할 후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상장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물적분할 후 상장시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을 우선배정하거나,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매수청구권은 소액주주가 해당기업에 물적분할로 주가가 하락하기 전 가격으로 주식을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다. 또 윤석열 후보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의 공모주 청약 시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놨다. 신주인수권은 상장시 신주공모에서 모회사 주주에게 보유 주식수에 비례하게 우선배정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권리다. 사실상 두 후보 모두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시 모회사 주주에게 혜택을 준다는 측면에서 동일하다.
이같은 방안은 최근 포스코, LG화학이 각각 핵심사업인 철강 사업 부문과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하면서 화가 난 기존 주주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물적분할로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변하는 건 아니지만, 핵심 자회사가 물적분할 후 상장하게 되면 모회사에 투자하기 보다는 핵심 자회사에 직접 투자하는 수요가 늘면서 지주사의 주가가 낮아지는 현상이 지적돼 왔다. 두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돼 모회사 소액주주의 권익이 보장될 경우 지주사에 대한 할인 요인이 완화돼 주주가치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방안 만으로는 기존 모회사 주주의 가치 훼손부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상장 전의 가격으로 보상해주는 것이어서 보상액이 미흡하고, 신주인수권도 모회사 주주 중 극히 일부만 혜택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이 후보가 언급한 자회사 상장 금지 조항을 비롯해, 물적분할 제한요건 설정, 반대매수청구권 같은 방안들이 동반될 필요성이 학계에서 거론된다.
▲ 공매도, 개인도 외국인·기관에 차별 없도록
다음으로, 공매도 문제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개인이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이재명 후보는 공매도 차입기간에서의 차별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공매도를 위한 개인 대주 기간은 90일로 한정돼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수수료를 납부하면 대주 기간을 사실상 무한대로 연장할 수 있다.
윤석열 후보는 개인의 공매도 담보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거론했다. 담보비율은 공매도 부채액을 주식평가액으로 나눈 비율로, 약정 담보비율을 지키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발생해 증권사가 대출금을 강제 회수해간다.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담보비율이 105%인 반면, 개인은 140%로 이 비율이 높다. 윤 후보는 또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이 과도할 때 공매도를 자동 금지하는 서킷브레이커 제도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서킷브레이커의 경우 이미 지난 2017년부터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과열종목 지정제도는 특정 종목이 당일 주가하락률이 5~10%에 달하는 등 특정 조건에 부합할 때 다음 거래일에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는 제도다. 또 앞서 중국의 사례를 볼 때 공매도 세력이 서킷브레이커를 유도한 뒤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추가 하락을 부추기는 장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검토하는 단계에서 정부가 인위적으로 공매도에 개입하는 정책이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 본질은 `코리아디스카운트`…어떻게 해소할까
두 후보 모두 개인 과세 완화와 공매도 차별 해소, 소액주주 보호라는 동일한 기치를 내걸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후보는 지난해 말 물적분할과 쪼개기 상장으로 분노하고 있는 소액주주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공식 공약을 내건 상태다. 반면 이재명 후보의 경우 코스피 5천 지수를 목표로 하겠다고 천명하고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주식시장에 대한 철학을 밝히기도 했지만, 자본시장 공약을 별도로 공식·구체화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이 후보는 현재 자본시장 대전환 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 중으로, 지금까지 언급된 방안들 외에도 추가적인 대책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 대전환 위원회는 우리 증시가 기업들의 자금조달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게 하고, 국민들은 그 과정에서 자본증식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방안을 찾는 조직이다.
확실한 것은 두 진영이 모두 소액주주들의 표심 잡기에 심취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식시장 활성화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개인투자자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지난 하반기와 올해초 대다수 동학 개미들의 참패는 두 후보들이 지적한 각론적 문제들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나, 배당성향의 문제, 미국의 401K처럼 은퇴계좌를 자본시장과 연계하는 문제 등이 근본적으로 해소될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선언적이나마 두 후보가 내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중요한 과제다. 시장에서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 자금 60조원이 조달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한달간 폭락장 속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3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실로 막대한 규모다. 기존에 언급된 공약들 외에도 국내 자본시장이 가진 본질적 문제를 이해하고 있는 후보가 과연 누구인지, 앞으로의 대선주자 검증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주택정책 분명한 공급 시그널…과세는 `정반대`
▲ "311만 vs 250만"…임기 내엔 못 짓는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는 두 후보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보다 극명하게 갈린다. 먼저 과격한 공급에 있어서는 두 후보의 생각이 같다. 윤석열 후보가 임기내 250만호를 공급한다면, 이재명 후보는 여기에 더해 최근 311만호로 종전대비 61만호 목표를 늘렸다. 이 가운데 서울에 목표로 하는 공급량이 48만호다. 보통 서울에 한 해 공급되는 주택 수가 대략 2~5만여호 정도이니, 실로 막대한 규모다. 정부가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지 몰라도, 국민이 체감하기에 부족하다면 과격할 정도의 공급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제는 지역과 방법이다. 이재명 후보는 김포공항 주변 공공택지와 용산공원 일부 부지, 태릉홍릉창동 국공유지, 지하철 1호선 경인선 지하화,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규제 완화를 꺼내들었다. 용적률은 최대 500%까지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택은 분양원가 공개제도와 분양가상한제를 활용해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공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청년세대들에게 과도한 집값으로 부담을 안겨준 기성세대의 책임을 반성하고 개선하는 차원에서 공급 주택의 30%를 청년 무주택자들에게 우선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는 대출도 대폭 우대를 받게 된다. 지역과 가격에 따라 LTV를 최대 90% 까지 인정하고, 취득세 부담도 경감해준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후보는 `시장 원리`를 강조하며 전체 250만호 가운데 200만호를 민간 주도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윤 후보가 내건 것은 원가 주택과 역세권 첫집이다. 원가주택은 청년층과 유자녀 장기 무주택 가구에 아파트를 건설 원가로 공급한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가 되사주며, 시세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을 수 있다. 역세권 첫집은 역세권 아파트 단지 재건축 용적률을 500%로 높여 증가분의 50%를 공공기부채납으로 환수해 공급하는 주택이다.
두 후보가 내걸고 있는 파격적인 공급 방안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대부분 방향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들이 많다. 주택공급에는 부지매입과 택지조성 등 족히 5년 이상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이재명 후보는 공급 공약이 중장기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계획된 물량도 차기 대통령 임기 내 완전히 공급되긴 어렵다"며 "정부 계획에 따라 물량이 확정적으로 공급된다는 사실이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두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파격적 공급정책은 결국 단기적으로는 주택부족을 해소하는 측면보다는 주택 실수요자들의 과도한 매수심리나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을 완화하는 심리적 목표의 측면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만 양 후보 모두 용적률을 500%로 상향하고,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가능하다.
▲ "불로소득 환수" vs "시장원리"…과세에서 차이 극명
이렇게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가 내건 공급공약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부동산 과세 부분에서만큼은 완전히 상반된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철저하게 환수한다는 방침은 고수하면서도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윤석열 후보는 과세를 최소화해 시장 원리에 맡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차이는 대표적으로 종부세와 양도세에서 나타난다. 이 후보는 다주택자의 종부세는 유지하면서도 1세대1주택자에 대해서는 보유세를 완화하는 것이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을 돕는 취지에서도 타당하다고 봤다. 다만 그러면서도 다주택자들의 양도세 중과는 한시적으로 유예를 하겠다는 방침인데, 이 역시 무주택자가 내 집마련에 나설 수 있게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는 취지다. 이와 함께 안정적 수입이 없는 실거주자에게는 세부담을 미뤄주는 과세이연제도 도입도 내걸었다. 부동산 시장에 몰려있는 유동자금을 생산적인 기업 활동이나 디지털 산업쪽으로 빼 내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종부세 폐지까지 검토중이다. 단기적으로는 1세대 1주택자 세율을 인하하고, 장기보유 고령층 1주택자에 대해서는 매각하거나 상속할 때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양도세는 다주택자도 2년간 한시 배제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취득세에 있어서도 윤 후보는 생애최초 취득자의 취득세를 면제하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 누가 되느냐에 따라 투자 포인트가 바뀐다
이밖에도 이재명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대체로 불법행위 근절에 무게를 뒀다. 부동산 범죄를 수사하는 특별사법경찰, 부동산감독원 설치, 토지정책과 주택정책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주택도시부 신설, 부동산백지신탁제, 공공주택전담기관 설치 등 공급과 거래 과정에서 비리나 불합리를 해소하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농지를 실경작자만 소유하도록 규정하는 방안은 기획부동산 사기를 막기 위해서다.
반대로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세제TF나 주거급여대상자 기준 확대처럼 부동산 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거나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는 내용을 주로 담았다.
두 후보의 공급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거주부담은 중장기적으로 확연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새로 지어지는 주택을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가운데 누가 점유할 것인지, 그리고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동기가 있을지 여부가 후보별로 갈리는 만큼, 양 후보 당선 이후 집값의 흐름은 사뭇 다를 전망이다. 부동산을 투자의 관점으로 보는 경우라면 이 후보 당선 시에는 똘똘한 한채 현상이 심화되는 만큼 상급지로 갈아타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당선 시에는 종부세와 양도세가 크게 완화되는 만큼 다주택을 여러채 매수해 공격적으로 시세차익을 노리는 전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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