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대량의 `인공 자궁`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AI 유모` 기술을 개발했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산하 쑤저우 생명공학기술원의 쑨하이쉬안 교수 연구팀이 중국 동료평가 학술지인 `생의학 공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공 자궁 AI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많은 수`의 동물 배아를 인공 자궁에서 배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AI 유모는 정육면체 모양의 인공 자궁인 `배아 배양 장치`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관리한다.
전에는 사람이 인공 자궁 내 배아의 발달 과정을 관찰하고 관리해야 했지만, 이번에 개발된 AI 유모는 24시간 쉬지 않고 배아의 미세한 변화 징후를 감지하고 이산화탄소 농도 조절, 영양분 공급 등 환경 최적화를 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배양 중인 여러 개 배아의 잠재적 성장 순위를 매긴다. 또 배아에 `심각한 결함`이 생기거나 배아가 죽게 되면 해당 배아를 인공 자궁에서 `제거`하라는 경고를 하기도 한다.
이미 중국 외에서도 세계적으로 인공 자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AI 유모 개발은 인공 자궁에서 동시에 대량의 배아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CMP는 "전에는 각 배아의 발달 과정을 (연구진이) 수동으로 관찰해 조정해야 했지만, 연구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는 지속하기 어려운 노동 집약적 과정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쑨 교수팀의 연구는 아직 쥐 등 동물 배아를 대상으로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사람이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에서 이 기술이 여성이 배 속에 아기를 품고 다닐 필요를 제거해준다면서 엄마의 배 밖에서 아기가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자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간 배아 발달 생리학과 관련해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많아 후기 단계 연구가 중요하다"며 "이 기술이 생명의 기원과 인간의 배아 발달에 관한 이해를 증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식 결함 및 다른 생식 관련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론적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국제법상으로 2주 이상 된 인간 배아에 대한 실험은 금지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세계적으로 인공 자궁 기술은 이미 활발한 연구 단계에 있다.
이스라엘 연구팀은 작년 3월 100개가 넘는 쥐 배아를 인공 자궁에서 반쯤 자란 태아 단계까지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중국 베이징 동물학 연구소는 지난 2019년 원숭이 배아를 장기가 형성되는 단계까지 배양했다.
인공 자궁은 난임으로 아기를 갖지 못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또 임신과 출산으로 사회 경력에서 큰 손해를 보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따라서 출산율이 급속히 떨어지는 중국에서 인공 자궁 기술 개발 소식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인공 자궁 기술이 커다란 생명윤리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한 의학 전문가는 SCMP에 "이 문제는 중국에서 법적, 윤리적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이렇게 태어난다면 매우 공평하겠지만, 만약 어떤 아이들은 부모들에 의해 태어나고 어떤 아이들은 정부에 의해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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