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똥도 귀해요"…첨단기술로 탄소중립 극복 [K-산업 '초격차']

임원식 기자

입력 2022-02-04 18:00   수정 2022-02-04 18:00

    <앵커>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가야 하는 길. 탄소중립을 바라보는 국내 산업계의 시각입니다.

    한 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오는 2030년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 5곳의 매출이 30조 원 가량 줄어들 거란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특히 수출로 먹고 사는 국내 기업들 사정을 감안하면 탄소중립 실현에 더더욱 속력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국내 산업계의 초격차 전략을 점검하는 연속 보도, 오늘은 탄소중립의 실태와 과제를 살펴봅니다. 임원식, 송민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8년 국내 산업계가 배출한 온실가스 2억6천만 톤 가운데 40%는 철강업계에서 나왔습니다.

    탄소중립 시대, 그야말로 발등에 불 떨어진 철강업계는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충남 당진에 터를 잡고 있는 현대제철.

    최근 현대제철은 농식품부, 농협중앙회와 손잡고 우분을 고체연료로 만드는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우분 즉 소 배설물입니다.

    탄소 배출량이 높은 석탄 대신 우분을 활용해 쇳물을 배출하는 통로인 대탕도의 내화물을 건조하는 데 쓰겠다는 계획입니다.

    우분 연료 1톤을 쓰면 4톤 분량의 축산 폐기물 재활용과 함께 온실가스도 1.5톤 가량 줄일 수 있다는 설명.

    해마다 발생하는 우분이 2,200만 톤이나 되는 데다 여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2백만 톤인 걸 감안하면 회사도, 농가도 둘 다 `윈윈` 입니다.

    [김병철 / 현대제철 제선공정연구팀장 : 기존 석탄 대비 연소 효율이 굉장히 우수한 데다 저희가 전량 수입하고 있는 석탄을 0.5톤 대체하고 이 과정에서 1.5톤 정도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습니다.]

    기후 위기의 또 다른 주범으로 불리는 석유화학업계 또한 탄소중립 사업이 한창입니다.

    LG화학은 최근 연산 2만 톤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 건설에 착수했습니다.

    재활용이 쉽지 않은 버려진 과자 봉지나 비닐 뚜껑 같은 복합 재질의 폐플라스틱을 물의 임계점을 넘어선 고온, 고압의 수증기로 열분해 해 새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한 원료를 뽑아내기 위해섭니다.

    10톤 정도의 비닐, 플라스틱을 투입하면 8톤 이상 열분해유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과 직접 열을 가하는 기존 재활용 기술과 달리 그을음 발생이 없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김용 / LG화학 석유화학사업팀장 : 열분해유 기준으로 본다면 작년에 70만 톤 정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였다면 2030년까지는 연 17% 성장율로 330만 톤까지 예측이 되고 있습니다.]

    석탄이나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 다수인 상황에서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국내 산업계는 저마다 첨단 친환경 기술을 앞세워 탄소중립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친환경 사업에 속도를 높이는 곳들이 있는가 하면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곳 또한 부지기수입니다.

    바로 국내 중소, 중견기업 이야기인데요. 비용도, 인력도 여력이 안 돼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기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현재 수준보다 40% 낮춰라."

    우리 정부가 국내 기업에 제시한 목표 수준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 10곳 중 9곳 가까이는 ‘기간 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심지어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응계획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기업이 전체의 80%에 육박했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2050년까지 10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단계적 계획을 수립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중소기업들은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대응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이유로 자금과 인력 부족을 꼽았습니다.

    특히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일을 더 할 수 있는 환경조차 사라지다보니 영업 활동을 하면서 회사 체질을 바꿔나가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토로합니다.

    [서승원 / 전 중소기업중앙회 상근 부회장 : 주물이나 열처리 업체의 경우에는 설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곳이 많고, 대부분 2교대로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3~4교대로 바꾸려면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지만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조철 /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설비 개선이라든지 투자를 할 만한 여력이 안 됩니다. 그런 부분은 정부가 일정 부분 지원을 해줘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탄소중립을 안 하면 어떤 문제가 있고, 빠르게 전환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교육 등 컨설팅은 일정 부분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봅니다.]

    탄소 규제로 당장 가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전기 소비를 늘려야하는 만큼 노후 시설 교체 비용을 지원하거나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등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탄소중립 실현이 오롯이 기업들 만의 몫은 아닐 겁니다. 탄소중립 시대를 보다 앞당기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들어봤습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인터뷰>

    # `탄소중립=규제?`…기업 인식부터 바꿔라

    "말 그대로 환경 문제가 경제 문제로 급격하게 옮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산업계가 반드시 인식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의 규제 이전에 우리가 이 변화된 시장에 스스로 어떻게 적응하고 생존하고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정부가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 정권 바뀌어도 친환경 정책 일관돼야

    "(철강업계의 경우) 우리 앞으로 5년, 10년 보고 수소환원제철 공법 이거 하는 게 맞는 거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봐요. 석유화학업계도 마찬가지예요. 이제는 석유에서 바이오로 가야하는 거야?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여기에 대해서 정부가 분명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더이상 물러날 수 없는 방향이고 타협할 수 없는 방향이고 우리 정책은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 방향으로 간다. 여기에 대한 분명한 시그널이 있다면 5년,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 과감한 투자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지만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 이러한 거대한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는 확신 이런 것들을 정부가 우리나라 산업계에, 제조업계에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규제 완화로 사업 기회 넓혀야

    "정부가 시장을 열어주고 규제를 풀어주고 사업 허가와 환경영향 평가, 기업들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이런 여건들을 만들어 준다면 현재 우리나라 재생 에너지 전문 기업들이 가까이는 대만 등 해외 나가서 사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이걸 투자하면 우리나라 시설이 확충되고 우리나라에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이런 식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는 거죠. 이것이 저는 한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시장 활성화, `한전 독점` 구조부터 깨야

    "다양한 형태의 전력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서로 경쟁이 일어나게 만들고 공급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한국전력이 모든 것을 컨트롤하다 보니까 전력 도매시장도 굉장히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요금이 책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는 엄청나게 변화하는 재생 에너지에 따른 전력 공급의 시대에 너무 맞지 않거든요. 우리나라 전력시장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 송민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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