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개막한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100% 인공눈 위에서 치러지는 사상 첫 대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베이징의 겨울은 쌀쌀한 날씨지만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아 설상 경기장은 모두 100% 인공눈을 사용한다.
앞서 1980년 미국 뉴욕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인공눈이 처음 도입된 이후 대회를 치를 때마다 사용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는 관측 사상 최고치인 13도까지 기온이 올라가면서 다른 지역에서 눈을 헬리콥터와 트럭으로 옮겨와 대회를 치렀다. 2014년 열린 러시아 소치 대회에선 눈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하 창고에 50만 톤 규모의 눈을 보관해 사용하기도 했다.
4년 전 평창 때 90%까지 치솟은 인공눈 사용 비율은 베이징에서 100%로 올라갔다. 인공눈만으로 올림픽을 치르는 건 베이징이 역대 최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야외 종목은 베이징에서 북서쪽으로 160㎞ 떨어진 장자커우에서 열린다.
연평균 겨울 강수량이 7.9㎜에 불과한 이곳에선 400대가 넘는 인공눈 제조기가 쉼 없이 눈을 만들어낸다. 알파인 스키와 썰매 종목이 열리는 옌칭도 100% 인공 눈을 만들어 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회 동안 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800개를 채울 정도로 많다.
이를 두고 인공 제설이 물 부족 사태를 낳고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의 지리학자 카르멘 드종 교수는 "약 반년 동안 근처 자연 생태계의 물이 고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연설은 눈 입자의 부피가 크고, 입자와 입자 사이 빈틈이 많아서 푹신한 편이다. 인공눈은 자연설보다는 입자가 작아 단단하게 뭉친다.
스키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여자부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제이미 앤더슨(미국)은 첫날 훈련을 소화한 뒤 "매우 단단하다. 마치 방탄 얼음처럼 느껴져 절대 넘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바이애슬론 선수인 요한나 탈리함은 "인공눈은 얼음 느낌이 강해서 속도를 내는 데 유리하지만, 훨씬 위험하다"고 걱정했다.
반면 호주 스노보드 선수인 맷 콕스는 "(인공눈이 밟기가 편해서) 방향 조절에는 탁월하다"며 "추운 날씨까지 더해져 이상적인 눈 상태가 됐다"고 호평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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