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빅딜, 13개월 만에 결론...새판짜는 항공업계

입력 2022-02-09 17:21   수정 2022-02-09 17:21

    슬롯·운수권 일부 반납 등 독과점 해소
    해외 경쟁당국 허가 나야 최종 통합
    中 경쟁당국 심사 가장 까다로울 듯
    통합 항공사 출범에 LCC 생존전략 모색
    <앵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해 최종 결론을 내릴 전망입니다.

    오늘 전원회의를 열고 논의했는데요. 산업부 신선미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신기자, 최종 결과 발표는 언제 나옵니까?

    <기자>

    통상 전원회의 결과가 일주일가량 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수일 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기존 공정위 방침대로 두 항공사의 장거리 노선 축소를 전제로 조건부 승인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두 대형 항공사의 합병으로 생길 항공시장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가 내건 조건인데요.

    9명의 공정위원이 양측이죠, 공정위 심사관과 대한항공 측 의견을 모두 듣고 합병을 찬성할지 반대할지 의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앵커>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는 건데, 축소될 노선으론 어떤 곳이 거론되나요?

    <기자>

    중국과 알짜 노선으로 불리는 유럽 쪽이 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공정위는 두 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65개 국제선 노선이 중복되고,

    이 중 LA·뉴욕·시애틀·바르셀로나·시드니, 장자에 칭다오, 나고야 등 10개 노선에서 100% 독과점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는데요.

    미국과 일본은 항공자유화국가라 운수권이 필요 없습니다. 사실상 완전 경쟁 시장인건데요.

    따라서 중국과 유럽 노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건부 승인이 유력합니다.


    <앵커>

    대한항공 입장에선 당초 기대했던 M&A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겠습니다.

    <기자>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와 경쟁하겠다는 합병 취지를 살리기 어려워졌습니다.

    특히 대한항공은 두 항공사의 슬롯과 운수권이 유지되고, 코로나19가 완전히 회복된다는 조건 아래 연 3천억~4천억 원의 합병 시너지를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알짜노선인 유럽연합 운수권이 축소되면 합병 시너지 효과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대한항공은 국제선 노선 확대를 위해 중대형기 위주로 기단을 바꿀 계획이었는데요. 노선이 축소로 결정되면 기단 운용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구조조정을 초래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조원태 회장은 M&A로 인한 구조조정은 없다 밝히기도 했는데 `노선이 축소 되면` 유휴인력이 늘 수 밖에 없어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앵커>

    경영 계획 수정이 필요할 수 있어 연말 한진그룹 인사에서 대한항공만 인사가 합병 승인 이후로 연기됐던 거군요.

    그런데 공정위가 승인해도 풀어야 할 과제가 또 있다면서요?

    <기자>

    공정위가 13개월 만에 결론을 내리는 셈이지만 해외 경쟁당국 심사가 또 남아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 6곳에서 추가로 합병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최근 까다로워지고 있는 EU 경쟁당국의 심사 추세를 고려할 때 EU가 한국 공정위보다 엄격한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EU 경쟁당국은 지난해 캐나다 1,3위 항공사의 합병과 스페인 1,3위 항공사 합병을 불허한 바 있습니다.

    <앵커>

    EU는 최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계획도 거부했습니다.

    ‘독과점 우려’를 근거로 들었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도 반대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기자>

    그런 우려도 제기되지만, 항공과 조선 결합은 달리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조선은 세계 1, 4위 간 메가 결합이었던 데다 시장 60% 이상이 유럽이기에 EU 경쟁당국 결정이 절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항공사는 모두 세계 20위권 이하라 조선 결합보다 해외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또한 양사의 유럽 노선 탑승객 중 90%는 한국 국적이고, 해외 대형항공사와 경유노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EU가 반대할 이유도 적습니다.

    다만, 해외 경쟁당국이 공정위와 다른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는데요.

    이럴 경우 공정위는 이를 모두 이행하게 할 것인지 다시 결정해야합니다.

    <앵커>

    해외 경쟁당국이 공정위와 또 다른 조건을 걸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EU 경쟁당국 보다는 오히려 중국에서 반대할 수도 있단 얘기가 나온다면서요?

    <기자>

    공정위는 중국 노선에 대해 단일 국가 중에선 가장 많은 노선(18개)에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중 인천~장자제, 부산~칭다오 노선은 결합할 경우 독점 노선으로 결론을 내기도 했구요.

    때문에 중국 경쟁당국과 조율이 가장 어려울 수 도 있단 전망이 나옵니다.

    또한 중국 정부의 경우 그동안 자국 항공산업 육성 및 보호를 위해 의도적으로 해외 항공사에 운수권이나 슬롯을 배분하는데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요.

    아무래도 근접국가인 한국에서 거대 항공사가 출범하는게 껄끄러울 수 있겠죠. 반대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앵커>

    거대 항공사 출범으로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도 궁금합니다.

    경쟁이 제한되면서 `항공권 가격이 올라가는 거 아닌가`란 생각도 드는데요.

    <기자>

    글로벌 항공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거대 항공사 출범이 운임 상승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로 가진 않을 것이란 진단입니다.

    인천공항만 보더라도 80여 개 항공사가 세계 170개 넘는 도시를 연결하기 때문에 업계 경쟁은 뜨겁습니다.

    소비자들도 똑똑해서 서비스가 별로인데, 더 많은 돈을 내고 항공권을 사진 않죠. 항공권 가격 비교도 쉽고요.

    게다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중복 직항 노선은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 뿐입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노선은 경유 대체 노선이 많습니다. 때문에 합병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노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통합 항공사 등장이 가시화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생존 전략에 몰두하고 있을 텐데요.

    어떤 전략을 준비하고 있나요?

    <기자>

    제주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반납하게 될 단거리 노선을 공략한단 전략입니다.

    특히 단거리 노선 중 김포공항 출발 국제선은 알짜로 분류되는데요. 인천국제공항과 비교해 서울과 가까워 일본과 중국으로 가는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중대형기를 3대 도입한 뒤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을 운항할 수 있는 대형기를 추가로 도입한단 방침입니다.

    빠르면 1년 이내에 항공기 인수가 가능해 합병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장거리 노선 운항을 준비한단 계획입니다.

    신생 LCC인 에어프레미아도 장거리 노선 운항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유럽 노선을 확보한단 전략입니다.

    일각에서는 LCC들이 장거리 노선 운항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단거리·단일 기종으로 고정비를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LCC가 무리하게 장거리 노선에 뛰어들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단 점에섭니다.

    때문에 되려 외항사들의 진입 물꼬만 넓혀주고 시장을 내주는게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도 있습니다.

    <앵커>

    여분의 노선을 둘러싼 항공사들의 물밑 다툼은 더 치열해질 것 같군요.

    신선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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