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 미루는 사우디·UAE…"바이든 통화요청 거부"

입력 2022-03-09 19:50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지도자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거부해 미국 정부의 국제 유가 안정 대책에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최근 우크라이나와 국제 유가 등에 대한 국제 협력을 위해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 및 UAE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나흐얀 왕세제와 바이든 대통령 간 통화를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들 중동 국가와 미국 정부 관리들은 사우디와 UAE가 최근 미국의 걸프 정책에 대해 더욱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양측 모두 최근 몇 주간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한 미국 관리는 "통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우디 석유) 공급 확대에 관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사우디와 UAE의 이런 입장은 미국 정부의 중동 정책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사우디는 그동안 바이든 정부하에서 양국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사우디는 예멘 내전 개입과 민간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사우디 무함마드 왕세자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2008년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미국에서 여러 건의 소송에 직면해 있다.

UAE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최근 사우디와 UAE를 미사일로 공격한 데 대해 미국이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를 거부한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와 셰이크 무함마드 UAE 왕세제는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는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최근 국제 유가가 14년 만에 배럴당 130달러를 넘는 등 급등세를 보이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의 대표적 산유국인 사우디·UAE와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 미국 정부 관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사우디와 UAE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강화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으며 앞으로 몇 달간 이들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우디와 UAE는 자국의 원유 생산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러시아가 이끄는 다른 산유국 단체가 합의한 계획에 따른 것이라며 당장은 증산을 거부하고 있다.

사우디 무함마드 왕세자는 최근 시사잡지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무엇인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사우디 지도자들을 멀리하면 손해가 될 것이고 미국 국익을 생각하는 것은 그(바이든 대통령)에게 달려있다"고 답했다.

한 미국 정부 관리는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중요한 정책 결정권자라며 바이든 행정부는 에너지정책부터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까지 모든 것에 그와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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