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연방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 연구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명령으로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CD) 도입 검토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민간 가상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 공신력을 담보하고 법정화폐로 취급되는 달러화 CBCD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반에 파장이 예상된다.
백악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디지털 자산은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이는 세계 금융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기회"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이유에서 가상 자산의 위험과 잠재적 혜택에 대해 전체 정부 차원 접근법의 큰 틀을 잡기 위해 첫 행정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재무부를 비롯한 다른 금융 기관들이 금융 안정성과 국가 안보 차원에서 가상 화폐의 영향을 분석할 것을 지시했다.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공동 성명에서 이번 명령으로 미국 연방 정부 차원의 첫 디지털 자산 전략이 수립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를 통해 미국이 디지털 자산 시스템에서 혁신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민주적 가치와 부합하며 미국의 세계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혹한 경제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금융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활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다.
당국자들은 그간 러시아가 가상화폐를 이용해 제재를 우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가능성을 부인해 왔다.
금융계에서는 결국 `디지털 달러`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백악관은 현재 미국 성인의 16%, 특히 18~29세의 경우 43%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월 `디지털 달러화`의 장단점을 설명한 백서를 발간하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도입 논의에 착수한 바 있다.
백서는 디지털 달러화의 도입으로 가계와 기업들이 안전한 전자 지급·결제 수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위해 사생활 보호 문제, 사기와 불법 행위에 대한 대처 등의 해결과제를 언급했다.
한편 백악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디지털 달러` 발행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화폐업체 서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레미 얼레어는 "이번 조치는 가상화폐와 디지털 자산, 웹 3.0에 일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1996~1997년에 정부가 인터넷 활성화를 모색하면서 상업적인 인터넷 산업이 본격화 된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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