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가 나오지 않는 족욕기나 대야를 준비해, 40도 가량의 온수를 준비한다. 온수에 200ml 물컵으로 소금 3컵, 식초 1컵을 붓고 잘 젓는다. 자신의 발을 온수 속에 담근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떠도는 `백신 해독법` 중 하나다. 해당 글에는 "소금과 식초의 성분이 따뜻한 물에 용해되면서 삼투압 작용을 일으키고, 체내의 독소와 나쁜 성분들이 발의 모공을 통해 배출되는 것 같다"란 다소 비과학적인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뿐만 아니다. `숯이나 숯가루를 먹어라` `접종 후 사혈요법으로 피를 빼야 한다` 등, 최근 온라인을 통해 해독법이라고 일컫는 민간요법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백신, 해독 대상 아니다…이득 살펴 스스로 접종 판단을
해독법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효과를 따지기 전 짚고 넘어갈 전제가 있다. 백신은 해독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은 기타 다른 백신에 비해 이상반응(근육통 등 가벼운 이상반응 모두 포함)을 겪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백신을 접종한 사람 253명 중 79%에 달하는 200명에게서 근육통, 피로감, 발열, 식욕부진, 구토 등 이상반응이 나타났다는 국내 조사도 있다.
이상반응이나 변이 바이러스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다 보니 불신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코로나 백신의 완성도는 크게 높지 않다는 평이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는 사람도 있지만(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통계적으로 65세 이상 장년층이나, 암·당뇨병 등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의료계 중론이다. 즉 `무조건 접종`도, `해독의 대상`도 아닌 셈이다.
김상헌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대부분의 약물이 그렇듯, 백신도 다양한 이상반응이 있지만 중증은 매우 드물다"며 "백신을 맞아도 돌파감염이 될 수 있지만 접종을 완료했다면 감염됐을 때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을 줄여주는건 검증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상헌 교수는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중증으로 진행하지 않는게 이득이 더 큰지,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백신 이상반응을 피하는게 이득이 더 큰지 판단해야 한다"며 "장년층이나 기저질환이 있다면 백신 접종시 이득이 더 큰 편인데, 실제로 초반에 백신이 귀할 때 이런 사람들이 우선 접종 대상자였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 접종 무용론(건강한 5~11세 어린이라면 코로나 백신 접종 이득이 없다)`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 역시 장년층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효능과는 별개로 해독의 대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물 탄 식초는 피부 손상, 사혈요법은 어지러움 우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항간에 떠도는 백신 해독법이 우리 몸에 들어온 백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해당 방법이 실제로 백신 부작용을 없애주는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잘못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하라는 입장이다.
다음은 대표적으로 알려진 몇 가지 해독법에 대한 전문가 견해다.
▶식초소금물에 발 담그기= 따뜻한 물에 하는 족욕은 혈액순환을 돕지만, 식초의 농도가 문제될 수 있다. 이미숙 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식초는 강한 산성이라, 비율을 잘 못 조절하면 피부 점막이 손상을 입고 미세한 상처가 날 수 있는데, 이때 화학적인 피부손상이나 2차 세균감염이 우려된다"며 "특정 식이요법이나 국소적인 요법으로 우리 몸에 형성된 항체가 없어진다는건 비과학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사혈요법=백신 접종부위에 사혈요법을 실시하기도 하는데, 코로나 백신은 혈관으로 주사되는 게 아니라 근육주사를 통해 림프절 등 면역기관으로 간가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다. 김상헌 교수는 "일반인의 무분별한 사혈요법은 빈혈이나 어지러움, 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숯 복용=숯을 먹으면 일부가 체내에서 배설되지 못하고 위나 장에 남아있을 수 있다. 이미숙 교수는 "장으로 배출된다 해도, 위장관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백신 접종으로 생긴 항체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은 득실을 철저히 따져야 할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항간에 떠도는 `해독법`은 백신 부작용을 크게 덜어줄 수 없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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