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엄마 맞아? 엄마!"
2천172일, 무려 6년 가까이 이란 감옥에 갇혔던 영국인이 가까스로 고국에 돌아와 그립던 딸을 품에 안았다.
이란 테헤란 공항에서 체포된 2016년 4월3일 강제로 떨어져야 했던 22개월짜리 아기는 훌쩍 자라 일곱살 초등학생이 됐다.
17일(현지시간) 새벽 1시 영국 브라이즈 노턴 공군기지 공항에 도착한 오만공군 수송기에서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43)가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왔다.
공항 안에서 기다리던 딸 가브리엘라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엄마!"라고 반갑게 소리쳤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지난 6년간 석방될 것이라는 소식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번번이 수포가 된 탓에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몹시 불안했을 터다.
자가리-랫클리프는 공항에서 만난 딸을 끌어안고 울면서 얼굴에 뽀뽀를 퍼부었다.
딸은 엄마와의 `장난감 쇼핑`을 벼르고 있다고 한다.
이날 공항에는 엄마에게 자랑할 장난감은 물론, 자기가 만든 잡동사니들도 죄다 챙겨왔다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그동안 아내의 석방을 위해 사력을 다해 온 남편 리처드 랫클리프도 공항에서 아내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아내와 상봉 전 BBC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며 "아내는 (감옥에 있을 때) 항상 내가 만든 차 한잔 마시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건 어쩔 수 없고, 우리는 미래를 살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란·영국 이중 국적 보유자인 자가리-랫클리프는 2016년 4월 이란의 새해 연휴를 맞아 친정 가족을 만나러 이란에 갔다가 출국하는 길에 느닷없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체포됐다.
당시 이란은 자가리-랫클리프가 영국의 스파이라고 주장했다. 자가리-랫클리프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란은 `조용한 체제 전복`을 기도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적용했는지는 지금까지도 공식 발표된 바 없다.
수감 첫 달에는 폭 1m, 길이 2m짜리 독방에 갇혔다. 창문도 없는 방에는 전구 하나가 24시간 꺼지지 않아 밤낮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수감 생활이 2천172일 간이나 지속됐다. 불면증, 공황장애 등이 찾아왔다. 한때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이 이르기도 했다고 한다.
혁명수비대는 체포 당시 딸 가브리엘라의 여권도 압수해버렸다. 가브리엘라는 어쩔 수 없이 외조부모 밑에서 자라야 했다. 나중에야 여권을 돌려받았고, 2019년 취학을 위해 영국에 돌아올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딸과 아내를 빼앗긴 남편은 전방위로 석방을 요구했다. 그가 석방 운동을 벌인 동안 거쳐 간 영국 총리가 2명이었고, 외무장관은 4명이었다.
작년에는 영국 외무부 청사 앞에서 3주간 단식투쟁을 벌였다. 아내가 수감된 지 약 3년이 지났을 무렵, 영국 어머니의 날을 맞아 런던 주재 이란 대사관에 장미 155송이를 보내기도 했다.
장미 한 송이 한 송이는 아내가 감옥에서 보낸 1주일을 의미했다.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은 남편 랫클리프에 대해 "지옥 같은 6년이었을 텐데 전혀 나약해지지 않았다"며 "만나 본 사람 중 가장 용감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장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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