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현대차 주가…속 타는 주주들

임원식 기자

입력 2022-03-25 19:17   수정 2022-03-25 19:17

    <앵커>

    한 때 30만 원을 바라봤던 현대차 주가,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아,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인데요.

    현대차 주가 부진의 원인과 앞으로 전망을 살펴봅니다. 산업부 임원식 기자 나왔습니다.

    임 기자, 어제(24일)였죠.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주가 부진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쏟아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예년과 달리 어제 주총에선 다소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주가가 왜 이렇게 떨어졌느냐 불만을 토로하는 주주들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금리 인상과 반도체 수급난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는데요.

    원자재 값, 물류비 상승 등 수익성 측면에서도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경쟁 회사들과 비교하면 실적이 좋은 편이다, 고급차와 전기차 판매 확대를 통해 주가를 부양하겠다며 주주들을 달래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대내외 악재들이 많다고 하지만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실적 역사를 새로 썼다 할 정도였잖아요.

    그렇게 잘 나갔던 회사가 불과 1년도 안돼 180도 분위기가 바뀌었으니 주주들이 분노할 법 한데요.

    주가가 얼마나 빠진 건가요?

    <기자>

    차가 안 팔려서가 아니라 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요.

    지금 `아이오닉 5` 같은 전기차 구매 신청을 하면 1년을 기다리는 게 기본입니다.

    최근 3개월 새 주가 흐름을 보면 현대차의 경우 30% 가까이 떨어졌고요.

    기아,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들 또한 30% 안팎의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습니다.

    송민화 기자가 현대차그룹 주요 회사들의 주가 동향을 살펴봤습니다.

    <송민화 기자>

    어제(24일) 현대차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의 하소연입니다.

    지난해 현대차가 밝힌 올해 연간 목표입니다.

    자동차는 432만 대를 팔고, 매출은 지난해보다 14%, 영업이익은 최대 6.5% 더 높이겠다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9조 원이 넘는 과감한 투자도 약속했는데, 앞서 영상에서 만나본 주주들도 이런 점을 기대했을 겁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땠을까요? 이를 객관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최근 석 달 동안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 흐름을 살펴봤습니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30% 가까이 빠졌고, 현대모비스는 30% 넘게 내려앉았습니다.

    최근 중고차 시장 진출 호재가 있었던 현대글로비스조차도 10%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호흡을 조금 더 길게 해서 1년 전과도 한 번 비교해 볼까요?

    정의선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후 본격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던 시기였죠.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본격화되는 시기도 맞물렸지만, 전기차를 포함해 친환경차를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 하겠다고 미래 구상을 밝힌 때였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1년 전 주가와 비교를 해보더라도 당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기는 커녕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운 성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앵커>

    자동차가 일자리도 그렇고요,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 중요한 기간 산업이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제 주총에서 정의선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죠.

    <기자>

    네, 임기 3년이 끝나면서 사내이사로 다시 선임됐습니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정국 사장과 국내 생산 담당인 이동석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됐는데요.

    지난해 말 인사에서 알버트 비어만 전 사장과 하언태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올라온 인물들입니다.

    이로써 이른바 `정의선 체제`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더욱 공고해졌다 등의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회장 자리에 오르고 지난 2년여 동안 현대차에 많은 변화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전기, 수소차와 로봇 등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는가 하면 조직에 혁신을 불어넣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는데요.

    최근 대내외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당분간 안정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동남아나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도 하고 또 최근엔 중고차 시장에도 뛰어들었잖아요.

    전망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과거와 같은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건데요.

    일본의 안방이라 불리는 동남아 시장 진출을 넘어 아예 일본에 재진출을 하겠다고 선언했고요.

    최근 정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를 허용하면서 국내 중고차 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신재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신재근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가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들입니다.

    이 중 가장 빨리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중고차 매매업’입니다.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300만 대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는 신차 시장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업계에선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매출이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봅니다.

    [이재일 /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현대차가 앞으로 전기차와 제네시스 같은 고급차를 중심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서 전체적인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현대차 신차 판매 쪽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현대차는 동남아, 일본 등 해외 신시장 개척을 위해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섭니다.

    인도네시아엔 아세안 지역 최초의 완성차 생산거점을 세웠고, 일본 시장엔 친환경차를 앞세워 12년 만에 재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흥 시장 중, 아세안(ASEAN) 시장의 잠재력을 가장 높게 평가합니다.

    인구만 6억 명이 넘고, 자동차 시장 규모도 연 300만 대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조철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선진 시장은 이미 성숙돼 있어서 시장 자체가 커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고, 신흥 시장이 중요합니다. 이미 인도는 진출해 있고, 그 외 남아 있는 시장이 아세안 시장입니다.]

    하지만 아세안 시장 공략이 쉬운 일 만은 아닐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아세안 시장은 10대 중 7대가 일본 자동차일 정도로 일본 브랜드 점유율이 독보적으로 높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아세안 지역에 특화된 전기차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중고차 시장이 신차 시장의 2배나 된다니 생각보다 꽤 큰 시장이군요.

    구체적으로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나리오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빠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늦어도 올해 안에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인데요.

    현대차는 경기도 용인에, 기아는 전북 정읍에 중고차 사업 등록을 마친 상태입니다.

    현대차는 구매 기준 5년, 주행거리 10만 km 이내인 자사 브랜드 차량에 한 해 200여 항목에 걸쳐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선별해서 팔겠다고 밝혔는데요.

    중고차 가치를 정밀 진단하고 정비, 상품화까지 전담할 `인증 중고차 전용 하이테크 센터`를 세우는가 하면 가칭 `중고차 연구소`라고 해서 중고차 관련 정보를 다양한 경로로 수집, 분석해서 보여주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기존 중고차 시장이 허위, 미끼 매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인증 중고차 제도를 도입해 차량 성능과 상태 즉 차량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에 미국 중고차 업체인 `카바나(Cavana)`처럼 중고차 자판기라 할 수 있는 `무인 딜리버리 타워`를 전국 곳곳에 세워 소비자가 직접 시승해 보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를 바로 살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앵커>

    현대차 입장에선 아주 큰 성장동력을 얻은 셈인데 그 동안 중소 중고차업체들 반발이 꽤 컸지 않았습니까?

    상생안 같은 게 마련된 게 있나요?

    <기자>

    아무래도 국내에서 팔리는 신차 10대 가운데 8대가 현대, 기아 차량들이다 보니 시장을 독식할 거란 전망이 큰데요.

    현대차의 경우 올해는 2.5% 내년, 내후년엔 각각 3.6%, 5.1%로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중고차 1위 회사가 `케이카`라는 곳인데 시장 점유율이 4%인 걸 감안하면 그리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고요.

    아까 제시한 점유율을 넘기지 않기 위해 남는 중고차는 경매 시장이나 다른 중고차 판매상에게 넘기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하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현대차에만 허용한 게 아니거든요.

    이미 롯데도 이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이고 쌍용차와 한국지엠 등 다른 완성차 회사들도 곧 뛰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그 동안 `레몬 마켓`으로 불렸던 국내 중고차 시장이 보다 투명하고 또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중고차 시장이 보다 선진적으로 바뀌면서 자동차 튜닝을 비롯해 파생되는 새로운 먹거리들도 기대가 되는데 주목할 점은 이 분야가 오직 대기업만의 몫은 아닐 거란 점입니다.

    전문가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김필수 /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튜닝도 중고차 분야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가 있고요. 또 마이크로 모빌리티라든지 이러한 다양한 모델들이 출시가 된다면 훨씬 더 중고차 시장에 다양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 하나하나가 먹거리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지금 말씀드리는 이런 분야들이 다 대기업 분야가 아니라는 겁니다. 직접 손을 대서 클래식 카 같은 경우는 사람 손을 많이 타기 때문에 수작업 형태거든요. 이탈리아 같은 경우도 카로체리아라고 해서 수작업 공방 이런 것들이 활성화 돼 있는데 국내는 태동도 되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활성화 할 수 있는 모델들이 부가가 되기 때문에 중고차 분야가 선진형으로 확대가 되면서 먹거리도 그 만큼 다양해진다고 보고 있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산업부 임원식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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