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돌입하면서 미국의 금리가 한국의 금리를 역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금리 역전 시 국내에서 자본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선도금리계약(FRA)과 과거 실질금리 추이 등을 통해 추정한 시장의 국내 기준금리 상단 전망치를 연 2.00∼2.25%로 추정했다.
지난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장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를 연 1.75∼2.00%로 예상하는 것에 대해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에서 기준금리 수준을 올해 말 연 1.9%, 내년 말 2.8%로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올해 12월 FOMC 직후 기준금리 수준이 연 2.0% 이상일 가능성이 95%가 넘는다고 보고 있다. 수차례 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뿐만 아니라 한 번에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빅 스텝`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
이로 미뤄본다면 이번 금리 인상기에 국내 기준금리는 최대 연 2.25%에 그치지만 미국 기준금리는 그 이상 높아지게 된다.
증권가에서도 한미 기준금리 수준이 역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미 간 통화정책 기대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올해에는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3월 FOMC 이후 연내 한미 기준금리 기대는 미국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국고채 10년물 금리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간의 차이는 작년 말 73.6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 25일 39bp까지 좁혀졌다. 2년물 금리의 경우 지난 21일 미국 국채 금리가 5bp 더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차이가 없어진 상태다.
금리 역전 시 외국인의 자본 유출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리 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되면 채권 등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감소한다는 이유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 등을 비춰봤을 때 자본 유출의 위험은 적다고 예상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 차가 역전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선물환 수익은 높아지는 유인이 있어 금융위기 이후 한미 채권 금리가 역전된 구간에도 외국인 채권 자금은 유출이 아닌 유입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통 단기 투자를 위해 3개월짜리로 자금 조달을 많이 하다 보니 초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단기 투자 성향의 자금이 빠질 수 있다"면서도 "외국인의 단기 투자 성향이 과거 대비 줄었고 외국인 투자 성격이 단기에서 중장기로 변화해 자금 유출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외환보유고는 작년 말 기준 단기대외채무의 2.8배에 해당하는 4천631억달러를 확보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5% 내외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외국인 자금 유출 유인이 커지더라도 외환시장에 미치는 불안은 과거 대비 크게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인상기에 점도표에서 제시된 중립금리 전망치는 실제 최종금리와 50∼100bp 차이가 났다"며 "이번 점도표의 중립금리 전망치를 고려할 시 최종금리는 2.0% 정도로 긴축 속도 조절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장기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의 금리로 이번 점도표에서 2.4%가 제시됐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이전 점도표에서 제시된 수치(2.5%)보다 낮아졌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연준이 중립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점도표를 통해 제시했으나 경기 모멘텀(동력)이 약화하는 하반기부터는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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