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순방길의 마지막 일정이던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폴란드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 "그야말로, 이 사람이 더는 권력을 가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곧장 러시아의 정권 교체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미 언론의 분석이 잇따랐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그런 의도로 발언한 것이 아니었다는 별도 설명자료를 내야 했다.
이뿐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앞서 폴란드로 대피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만난 후에는 푸틴 대통령을 `도살자`로 일컬었다.
지난 17일에는 푸틴 대통령을 향해 `살인 독재자`, `순전한 폭력배`라고 비난했다. 그보다 하루 전인 16일에는 푸틴 대통령을 `전쟁 범죄자`로 규정했다.
푸틴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부각해 유럽·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단일 대오를 유지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유럽 동맹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각국이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공동 태스크포스를 꾸리기로 합의하는 등 일부 성과도 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성과로 푸틴 대통령이 전쟁의 항로를 변경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다만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가 똘똘 뭉치는 것"이라며 공동 대응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의 찰스 쿱찬은 이번 순방 기간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여러 메시지에 대해 NYT에 "유럽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는 푸틴을 향한 것"이라며 "계속 싸우자는 독려는 우크라이나인을 향해, 침착함을 유지하자는 메시지는 유럽인들을 향한 것"이었다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참혹한 상황에 감정이 격앙된 데다, 워낙 촘촘하고 바쁜 일정을 소화하다가 본인도 모르게 말실수를 내뱉었을 가능성도 지적한다.
지난 23일 시작돼 이날 마무리된 유럽 순방 기간에만도 백악관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설명자료`를 낸 사례가 여러 건이었다고 CNN은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가져선 안 된다`는 발언 직전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와 가까운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대한 폭격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정황이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방침에 긍정적인 평가를 해오던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은 NYT에 "심각한 규율 위반이다. 전쟁의 범위·기간을 확대할 수 있는 위험을 키운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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