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전자’ 무너뜨린 상속세 폭탄

신용훈 기자

입력 2022-03-30 18:56   수정 2022-03-30 18:56

    <앵커>

    삼성 오너일가가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잇따라 주식 매각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규모 블록딜로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주식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국보급 문화재 매각도 예상되고 있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높은 상속세율과 이로 인한 파장을 짚어봅니다. 산업부 신용훈 기자와 함께 합니다.

    신기자, 최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들을 대거 처분 했습니다. 상속세 내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재계 1위 삼성오너들도 거액의 상속세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모양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2020년 10월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물려받은 유산에 대한 상속세가 총 12조 원에 달합니다.

    워낙 내야 할 상속세가 많다 보니 지난 해부터 총 5년 동안 6번에 걸쳐서 매년 분할납부를 하겠다고 신청을 해놓을 상태입니다.

    지난해에는 3월 30일에 2조 원 정도를 납부를 했고, 올해도 납부기일(3월29일)이 도래하면서 이에 맞춰서 상속세 재원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앵커>

    상속세 마련 위한 주식 처분량이 상당합니다. 대규모 블록딜에 주가까지 출렁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나 처분 한 건가요?

    <기자>

    네 이달 들어 특히 지난주에 집중적으로 대규모 주식 처분이 이뤄졌습니다.

    22일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삼성SDS 주식을 각각 150만9천여 주씩 총301만8천여 주 블록딜로 처분해서 1,900억 원을 확보했고요

    다음날인 23일에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삼성전자 주식 1천900만여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을 통해서 처분했습니다. 주식 팔아서 1조3,720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문제는 블록딜 형태의 매각을 진행할 때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난데없이 날벼락 맞는 기분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실제 삼성 오너일가의 대규모 주식매각으로 주가는 얼마나 출렁였는지 추가 블록딜 가능성은 없는지 박찬휘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박찬휘 기자 리포트]

    <앵커>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주가가 빠지는 것이잖아요? 블록딜 할 때 할인을 안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물론 상황에 따라 할인율을 적용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양의 주식을 팔면서 할인을 안 해주면 거래가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단순히 몇 백주 몇 천주 거래야 별 어려움이 없지만 몇 십만 주 몇 백만 주 거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할인을 해줘야 원활한 거래가 이뤄질 수 있겠죠.

    두 번째는 할인율 적용이 안되서 블록딜이 제대로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 시장에서 이 종목은 매력이 없는 종목이구나라는 인식을 키울 수 있는데 이런 이유들 때문에 할인율이 적용되는 겁니다.

    <앵커>

    재계 1위의 오너 일가 조차 세금 마련 위해서 대규모로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우리나라 상속세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 아닌가요?

    <기자>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기본 50%에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할 경우 60%까지 올라갑니다.

    이는 OECD 37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 입니다.

    상속세 폭탄 한번 맞으면 웬만한 자산가라 할지라도 세금 내기 위해서 자산을 처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의 고세율, 징벌적 상속세에 관한 문제점을 한창률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한창률 리포트]

    <앵커>

    선진국들은 상속세율이 우리나라 보다 낮거나 아예 부과하지 않는 경우도 있군요

    <기자>

    OECD국가 가운데 15개 나라는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4개 나라는 직계비속(자녀, 손자, 증손자 ) 한테는 상속세를 물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 스웨덴과, 노르웨이, 체코 등 OECD 7개국이 상속세를 폐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앵커>

    글로벌 국가들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승계에 차질을 빚고 그 결과 투자가 위축되고 결국 고용 불안은 유발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스웨덴의 경우 과거 70%에 달하는 높은 상속세를 부과했었는데 그 때문에 스웨덴의 제약회사 아스트라는 오너 사망 후 파산을 했고 영국의 제네카와 합병해 지금의 아스트라제네카가 됐습니다. 본사도 영국 케임브리지로 옮겼고요.

    그리고 이케아는 본사를 스웨덴에서 네덜란드 델프트로 옮겼고 창업주는 스위스로 이주했습니다.

    이 밖에도 세계적인 의류 회사인 H&M은 본사가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해 있지만 창업자가 상속세 문제를 피해 이민을 갔습니다.

    이렇게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이 기업 활동과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주요 국가들이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겁니다.

    <앵커>

    지나치게 높은 세율 조정하는 것 외에 납부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식도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갖고 있는 미술품 등으로 세금을 내게 하는 제도 도입한다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분할 납부 기간을 늘리고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세금을 내는 물납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이미 미국이나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은 10년 분할납부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상속세 물납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는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입니다.

    미국의 경우 물납은 허용지 않고 있지만 상속받은 미술품 등을 비과세 단체에 기증하면, 공정시장가격만큼 총상속액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사실상 물납을 허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실정 참고해서 지난해부터 분할 납부 기한을 최대 10년으로 늘리고 물납 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10년 연부연납은 올해 1월부터 시행됐고, 물납제는 내년 1월부터 시행이 되는데요.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남아 있습니다.

    인터뷰 들어보시죠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을 하고 장관이 요청이 있을 경우에 물납을 허용하는 그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기업들한테 큰 도움이 되겠냐 이런 건 좀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일본 같은 경우에는 물납 제도가 상당히 활성화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벤치마킹을 해서 전향적으로 검토를 해야 될 거 아니냐 특히 감정평가 보통 감정액과 시장 거래가를 비교해 봤을 때 감정가는 상당히 낮습니다. 시장가가 좀 높기 때문에]

    <앵커>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납부까지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들을 거쳐야 하는 군요.

    <기자>

    우선 내야 하는 상속세가 2천만 원을 넘어야 하고요.

    문체부 장관한테 통보해서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이후에 관할 세무서장 허가도 받아야 하고요.

    그리고 앞서 인터뷰에서 지적한 것처럼 감정평가액이 시장가액보다 적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문화재 감정평가 받아서 물납하는 것보다 경매 시장에 팔아서 세금 재원 마련하는 편이 납세자 입장에서는 유리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앵커>

    국보급 문화재나 미술품의 해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인데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산업부 신용훈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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