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가로막는 ‘손톱 밑 가시’

신재근 기자

입력 2022-04-01 19:11   수정 2022-04-01 19:11

    <앵커>

    요즘은 길거리에서도 파란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들을 흔하게 볼 수 있죠.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도 많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변화를 가로막는 `손톱 밑 가시` 같은 규제도 여전하다고 합니다.

    신재근 기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기 개발업체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급속 충전기(2,350기)를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도로 갓길에 주차를 한 채 급속 충전이 가능한 가로등형 충전기를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오는 2030년 지금보다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분야에 발 빠르게 뛰어든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충전기를 설치할 때 해야 하는 `전기안전검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설비용량 75kW(킬로와트) 이상 충전기에 전기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작년에 새로 생긴 규정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이 회사는 연간 2억 원이 넘는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습니다.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는 또 있는데, 대표적인 게 `전력 재판매 규제`입니다.

    현재는 한국전력만 독점적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어 충전기 사업자는 쓰고 남은 전기를 되파는 게 불가능합니다.

    [양정철 / 에스트래픽 이사: 전력 재판매가 활성화된다고 하면 충전사업자들도 ESG 경영을 통해 다양한 충전요금 책정이라든가 전력 공급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태양광과 연계해서 전력을 소급받아 전기차 충전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 충전 사업자들도 다양한 상품,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에 들어가는 수소연료전지 부품을 생산하는 또 다른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내연기관 엔진 부품만을 취급하다가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지난 2018년 전동화 전환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전동화 전환과 관련된 친환경 부문 매출이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성공적인 전동화 전환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요즘 큰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동차 부품 전문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양준규 / 동양피스톤 사장: 인력을 수급하는 데 있어서 `수소차`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고 졸업한 신규 인력을 충원하기가 어렵거든요. 대학 교육에서부터 친환경차에 대한 교육이 뒷받침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력 수급난은 부품 업계 전반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특히 미래차 부문에서 두드러집니다.

    미래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 인력은 1천여 명으로, 미국(2만8천 여명)과 비교해 턱없이 모자랍니다.

    전문인력 양성이 어려워진 건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 규제`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수도권 대학은 인구 집중 유발 시설로 분류돼 정원을 늘리는 데 한계에 부딪힌 상황입니다.

    전기차 시대를 방해하는 요인은 생산 단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볼 수 있는데, 전기차 충전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주민간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매한 직장인 이다슬 씨.

    차량 구매의 기쁨도 잠시, 이 씨는 충전 때마다 전기차 이용자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도 엄연히 아파트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 구역을 이용할 수 있는데,

    충전 용량이 작다는 이유로 충전할 때마다 눈총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다슬 / 직장인 : 전기차주 입장에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가 눈엣가시인 거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가 아니어도 가솔린으로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양보하라는 식인 거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은 늘어나는 데 반해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모자란 탓에 벌어진 일입니다.

    최근에는 전기차 이용자들 간의 갈등도 빈번합니다.

    충전이 끝났는데도 차를 빼지 않아 다른 이용자들이 충전에 불편을 겪고 있는 겁니다.

    현행법상 급속 충전은 1시간, 완속 충전은 14시간까지만 충전이 허용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하지만 자치구마다 계도기간을 주는 곳도 있어 갈등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한국경제TV 신재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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