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학교 축구팀이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에도 서울 소년체전 결승전 출전을 강행하려다가 결국 몰수패를 당했다.
3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는 서울 소년체전 축구 중등부 결승전이 열릴 예정이었다. 서울 중등부 강호인 FC서울 산하 오산중과 문래중이 우승 타이틀을 놓고 맞대결하기로 돼 있었다.
각 지역 소년체전에서 우승하는 팀은 그 지역 대표 자격으로 그해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한다.
전국소년체전 우승은 중학교 축구 최고 영예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 결승전은 오산중 선수들이 대거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이면서 열리지 못했다.
오산중에서는 서울 소년체전 준결승전을 전후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가 무더기로 나왔다. 결승전을 앞두고는 18명 중 무려 6명이 양성 반응을 보인 상태였다.
이에 오산중은 12명만으로 엔트리를 제출했다. 교체 카드를 1장만 써서라도 결승을 치르겠다는 뜻이었다.
대회를 주관한 서울시축구협회는 추가 감염을 막으려고 경기에 앞서 양 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자 오산중은 검사를 거부하고 나섰다.
현장의 관중과 유튜브로 생중계를 지켜본 팬들이 기다리는 가운데 킥오프는 계속 지연됐다.
오산중은 오후 2시 30분께 검사를 받기로 마음을 돌렸다. 검사 결과 오산중에서 4명이 추가로 양성 반응을 보였다.
결국 최소 엔트리를 채울 수 없게 된 오산중의 몰수패, 문래중의 부전승 우승으로 대회는 마무리됐다.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가 대거 발생했는데도 검사를 거부하고 출전을 강행하려 한 오산중도 문제지만, 대회 운영을 비합리적으로 한 서울시축구협회도 할 말은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회는 엔트리 18명을 대회 도중 못 바꾸게 돼 있다.
오산중처럼 코로나19 양성 선수가 발생한 팀은 엔트리를 교체하지도 못하고 수적 열세 속에서 경기를 치르거나 아예 몰수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하루 확진자가 수십만 명에 달하는 환경에서는 순전히 `운`에 승패가 좌우될 수 있는 셈이다.
사실상 팀 자체적인 자가진단에만 의존해 방역을 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대회에 출전한 팀들은 매 경기 전 자가진단을 해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가 나오면 출전 명단에서 빼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서울시축구협회가 각 팀의 자가진단 과정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다.
각 팀이 선수가 자가진단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점을 숨기려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었다. 성적에 목매는 지도자들의 `선의`에만 기대 방역을 한 셈이다.
한편, FC서울 관계자는 "오산중이 몰수패를 우려해 무턱대고 1시간 30분 동안 버틴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엔트리로 결승을 치를 수 있게끔 경기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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